끼와 엽기, 순박과 주접 ‘빛나라’
  • 고재열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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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CF 스타로 떠오른 ‘명랑 소녀’ 장나라의 인기 비결
가수 겸 탤런트 장나라(21)의 높은 인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장나라 신드롬은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하리수 신드롬을 능가한다. ‘나라짱’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초등학생부터 ‘양순이’라고 귀여워하는 중장년 팬까지 장나라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고루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말 각종 가요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쓴 그녀는 올해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 상경한 시골 소녀 ‘차양순’ 역으로 출연해 인기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재 <명랑소녀 성공기>는 MBC 주말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왜 장나라가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을까? 물론 예쁘고, 노래 잘 부르고, 연기도 잘하는 그녀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소질이 충분하다. 그러나 깎은 듯이 예쁜 외모도 아니고, 가창력이 탁월한 것도 아닌 데다, 아직 연기도 채 무르익지 않은 그녀가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업그레이드된 최진실’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방송국 PD 출신인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언론홍보영상학)는 장나라를 ‘시대가 소명한 스타’라고 설명한다. 그는 장나라 신드롬에 대해 “서태지처럼 갑자기 뜨는 스타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장나라가 뜨는 것도 요즘 세대의 코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장나라는 제2의 최진실로 불린다. 소박한 가정 출신이고 효녀라는 평판을 듣는 것도 닮아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제2의 최진실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최진실’이다.
최진실이 데뷔하던 시절에는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과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만 보고도 팬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요즘 팬들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스타들에게 좀더 많은 노력과 다양한 모습을 요구한다. 장나라는 타고난 끼와 다양한 ‘개인기’로 만능 엔터테이너 자질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스타상에 부응했다. 필요하다면 성대 모사도 하고 눈썹을 움직여서라도 기어이 사람들을 웃겨놓는다.


‘귀엽고 소녀 같다’는 장나라의 이미지도 요즘 신세대의 트렌드와 딱 맞아 떨어진다. 섹시한 것에서 귀여운 것으로 바뀐 것이 올해의 패션 유행이다. 노출 패션보다 엽기 패션이 유행하고, 긴 생머리보다 바람머리가 인기가 있는 것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이는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장나라의 이미지는 이런 유행과 잘 어울린다.


‘엽기’나 ‘주접’처럼 신세대가 선호하는 다양한 코드를 소화한다는 점도 장나라의 강점이다. MBC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에서 엽기적인 여대생 역을 맡고 있는 장나라는 엽기의 미학을 보여준다.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해대는 그녀는 ‘망가져야 뜬다’는 ‘주접의 미덕’도 알고 있다.


황수정 마약 사건 이후 연예인 마약 사건이 줄을 이으면서 시청자들이 순박한 연예인을 찾게 된 것도 장나라에게 반사 이익으로 작용했다. 얼마 전 장나라는 ‘만우절날 가장 잘 속을 것 같은 연예인’을 뽑는 네티즌 투표에서 1위로 꼽혔다. 그만큼 그녀가 순박한 이미지를 지닌 연예인으로 팬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장나라의 또 다른 강점은 연기자 집안에서 태어나 타고난 재능이 많다는 점이다. 동년배 연기자들이 대부분 CF스타로 시작한 것과 달리 그녀는 노래와 연기로 인정을 받은 뒤 CF스타가 되었다. 데뷔 초 그녀는 이같은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디션을 통과하고도 4년 동안 음반을 내지 못하고, 음반을 내고도 판매가 부진해 도태될 뻔한 경험을 하며 ‘근성’도 키웠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이정훈 PD는 “3박4일 동안 주야로 촬영이 이루어지는 동안 피곤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 독기가 놀랍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까지 장나라가 받은 CF 출연료는 10억원이 넘는다. 올해 초 2천만원 정도였던 CF 출연료는 현재 2억원대까지 올라 있다. 이 금액은 아직 <명랑소녀 성공기>의 높은 시청률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이것이 반영된다면 지난해 CF 출연료로 총 20억원을 받은 이영애의 기록을 깰지도 모른다.
연예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장나라 열풍은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노무현 돌풍과 닮아 있다. 이회창 총재의 ‘빌라 파문’ 이후 서민적인 이미지의 노무현 고문이 부각된 것처럼 연예계에 마약·섹스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지닌 장나라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5일 대구 경선에서 노고문이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탈환하기 이틀 전 <명랑소녀 성공기>는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노풍’과 ‘장풍’, 과연 어느 바람이 더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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