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주례사 비평이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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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비평>은 신경숙·은희경·전경린 등 1990년대가 낳은 속칭 스타 작가들의 작품집을 주된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문학 권력 논쟁 당시 권력의 트로이카로 지목되었던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문학동네>를 이끄는 핵심 평론가들도 도마에 올랐다. 다음은 비판 요지.



신경숙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김명인



평론가들은 각자 다른 성향이나 소속 유파를 막론하고 신경숙 소설의 신화화에 기여해 왔다. 초창기 작품에서만 해도 비판 유보나 은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출세작 <풍금이 있던 자리>(1993년) 이후 비판 부재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외딴방>(1995년)에서 평론가 남진우는 신경숙 소설의 특징을 자습서처럼 10개 명제로 다이제스트화했다. 연관성이 부족한 명제들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려 한 그의 비평은 가히‘경전 주해’의 경지이다.



은희경 <마이너리그> 무엇이 문제인가 .....고명철



문학성보다 작가의 지명도를 고려한 출판 마케팅 전략에 의해 나온 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던 <마이너리그>에는 깊이 없는 세계 인식, 정태적인 캐릭터 묘사 등 작가가 그간 익숙하게 써온 소설 쓰기의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매혹적인 추천사를 선사한 <창작과비평> 최원식 주간을 비롯한 주류 평론가들은 상찬으로 일관했다. ‘은희경’과 ‘창비’라는 상징 권력의 억압이 대다수 평론가를 주눅 들게 했다.



전경린에 침묵하는 평단.....이명원



초창기 작품 일부를 제외하면 전경린 소설에는 뻔한 삼각 관계, 비현실적인 인물 유형, 신파적인 대화가 반복해 나타난다. 그녀가 ‘낯 뜨거운 연애담’으로 일관하는 동안 평론가들은 ‘귀기와 정념의 작가’(황현산)‘정열의 급진주의’(황종연)라는 초창기 비평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전경린의 가능성과 한계를 냉정하게 짚어냈던 황도경도 몇년 뒤 상찬 일색의 비평을 썼는데, 이는 전경린이 문학 권력을 지닌 출판사에 속한 작가여서인가?



시인들을 무덤으로 끌어들인 정과리.....하상일



정과리는 우리 시대의 영향력 있는 평론가인 한편 구미의 생경한 문학 담론을 끌어들여 시를 해석하는 ‘강단 비평’의 폐해를 확산한 주범이기도 하다. 본질을 벗어난 그의 과도한 의미 부여 때문에 젊은 시인들은 박제화하고, 독자들은 시를 이해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게 되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기형도와 유 하가 자신들의 뜻과 달리 신비화·상품화한 데는 정과리의 영향이 크다. 결과적으로 그는 젊은 시인들의 시적 성장을 가로막았다.



현학과 과잉에 갇힌 황종연.....권성우



평론가 황종연이 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에 붙인 해설은 '세련된' 주례사 비평의 전범이다. 살인 ·
강간 ·
포르노그라피 ·
동성애 따위 엽기 코드가 두루 등장하는 이 소설에서 황종연은 '권력에 대한 저항' '전복' '해방' 의지를 읽어낸다. 그렇지만 엽기가 상품으로 소비되는 시대, 이런 소설은 대중을 위한 '추잉껌' 용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시대적 성찰이 부족한 작품을 사드의 작품과 같은 반열에 올려 평가한 것은 명백한 오독이자 과잉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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