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부활 이끈 ‘신화 재창조’ 프로젝트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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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계 패러다임 바꾼 서태지컴퍼니의 ‘신화 재창조’ 프로젝트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기업 경영의 대표적인 격언인 이 말은 엔터테인먼트산업에도 꼭 들어맞는다. 뜨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지만,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스타가 되면 이미지 관리만으로 수억원 대의 CF를 줄줄이 꿰어차는 연기자와 달리 가수들은 계속 히트곡을 내지 못하면 금세 잊혀버리고 만다.

이 때문에 가수들은 조기 명예퇴직을 많이 한다.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태지도 마찬가지 이유로 1996년 조기 퇴직을 택했다. 서태지와아이들이 최정상의 인기를 누릴 무렵 그는 전격적으로 그룹 해체를 결정함으로써 명예롭게 물러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음악 활동을 멈출 수 없었던 그는 1998년 솔로로 컴백했다.

그는 차곡차곡 자신의 신화를 재건하며 지금까지 솔로 앨범을 3장 내놓았다. 특히 지난 1월 발매한 7집 음반 <라이브 와이어>는 음반 시장 침체와 극심한 경기 불황이라는 이중고를 안고 나온 것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월10일, 서태지는 그가 직접 기획한 록페스티벌 ‘ETPFEST’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7집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7개월 동안의 7집 활동 기간 그는 50여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100만장 이상 팔린 6집 판매량에 비하면 다소 미흡하지만 그때보다 음반 시장 규모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전한 결과였다.

경기 불황과 음반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태지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기획사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6집 활동을 마칠 무렵, 그는 기존 대중 음악 종사자가 아닌 고학력 전문 인력을 직접 스카우트해서 ‘서태지컴퍼니’를 차렸다. 넬 피아 등 다섯 팀의 밴드멤버까지 합쳐 서태티컴퍼니는 50여 명의 식구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기획사다.

서태지컴퍼니는 윤도현 밴드가 속한 다음기획과 가수 신해철씨의 기획진과 더불어 음반계의 대표적인 ‘먹물 기획사’로 꼽힌다. 이들은 기존 음반산업 종사자들과는 다른 체계적인 방식으로 가수를 관리해 대중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서태지컴퍼니는 콘·후바스탱크 등 외국 유명 밴드를 게스트로 불러와 자신의 콘서트를 돋보이게 하거나, 블라디보스토크 공연 등 대형 공연을 중심으로 앨범 홍보 활동을 함으로써 대중 음악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서태지의 7집 활동과 관련해 서태지컴퍼니가 기존 전략을 가장 크게 수정한 부분은 신격화한 서태지를 다시 땅으로 끌어내리는 일이었다. 신격화한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찾아 대중의 감성으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는 동안, 그의 음악은 어느덧 마니아 음악이 되어 있었다. 서태지 음악을 대중화할 미디어 전략이 절실했다. 앨범 전체가 한 곡처럼 유기적으로 구성된 7집 음반 <라이브 와이어>는 대중성을 강화한 앨범으로 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대중성 확보를 위해 서태지컴퍼니는 서태지가 방송 출연을 재개하도록 만들었다. 서태지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한 셀프카메라가 담긴 특집 다큐멘터리를 MBC에서 방영하게 하고 SBS <최수종쇼>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MBC <컴백스페셜>, KBS <77주년 기념 콘서트> 등 크고 작은 방송 무대에 서게 했다.

MBC <음악캠프>, SBS <인기가요>,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KBS FM <이본의 볼륨을 높여라>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서태지가 출연할 때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바로 서태지가 출연하는 부분은 따로 사전 제작해서 편집하는 것이다. 전성기의 조용필이 가요 프로그램에서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으로 스타성을 지켰듯이 서태지도 사전 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자신의 상품 가치를 지켰다.

서태지컴퍼니는 서태지의 부활을 위해 팬클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비록 공식 팬클럽은 없지만 서태지 팬클럽은 다른 어떤 아이돌 가수 팬클럽 못지 않게 막강한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에 대규모 팬클럽을 이끌고 가고 타이틀곡 <라이브 와이어>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수천명의 팬들을 부름으로써 언론이 식지 않은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태지는 팬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가수이다. 서태지컴퍼니에서 팬클럽 관리는 서태지가 직접 챙길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팬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팬이 보낸 팬레터나 선물을 훼손하면 해고될 정도다. 서태지컴퍼니의 첫 프로젝트는 서태지닷컴 홈페이지를 구축한 것이었다. 서태지는 이 홈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로 활용하고 팬들과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세계 속의 서태지 도모하겠다”

팬에 대한 서태지의 극진한 관리에 대해 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화답한다. 그들은 신곡 <빅팀>이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것에 항의해 갖가지 방식으로 선전전을 하고 직접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태지 선불카드나 서태지 인형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을 서태지컴퍼니와 함께 기획하기도 한다. 서태지컴퍼니는 팬들의 열기에 힘입어 신곡 뮤직비디오와 서태지 관련 단편 영화를 모은 <서태지 시네마>를 극장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7집 앨범을 마무리한 서태지는 긴 휴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손과 발은 쉬지 않는다. 서태지컴퍼니는 <허준> <올인> 등 인기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와 함께 서태지의 13년 음악 인생을 담은 3백억원 규모의 대형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으며, 서태지의 히트 가요를 중심으로 구성된 서태지 뮤지컬도 조만간 제작할 예정이다.

다시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의 성공으로 탄력을 받은 서태지를 위해 서태지컴퍼니는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서태지컴퍼니의 안우형 대표는 “콘과 후바스탱크 등 함께 공연했던 외국 가수들이 서태지의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서태지의 음악은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 속의 서태지’를 도모해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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