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책같은 도시 도시같은 책>의 황기원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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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바탕 두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제 현실은, 삶은 도시이다. 전국민의 85%가 도시에서 살고 있다. 전국토의 도시화, 전국민의 도시인화는 여간해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이 개발·재개발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시화·도시인화를 제대로 읽으려는 시도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황기원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조경학)가 펴낸 <책 같은 도시 도시 같은 책>(열화당)은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사용한 도시 읽기이다. 건축가들의 글은 ‘상대적으로’ 난해한 편이다. 그러나 황교수의 글은 잘 담근 물김치처럼 맛깔스럽고, 숭늉처럼 구수하다.

황교수는 “정확한 전달을 생명으로 하는 보고서를 많이 써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하버드 대학 유학 때 배운 ‘설계와 커뮤니케이션’도 큰 도움이 되었다. 텔레비전 카메라와 사진, 대화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동원해 건축주에게 자신의 설계를 납득시키는 과목이었다. 이 책은 그 과목에 충실하다. 황교수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거의 모든 페이지에 실려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도시는 나의 삶터이자 일감’이라고 말하는 황교수는, 어려서부터 무작정 도시 안을 쏘다니며 무언가 그리기를 좋아했다. 미술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밥을 굶을 것 같아’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60년대 후반, 당시 서울은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겪고 있었다. ‘막연하게나마 사회 의식이 발동해, 도시 계획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려던 것’이었다.

“도시는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자화상”

20대 후반이던 7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 시절, 그는 김진애씨(도시건축 PD) 등과 함께 강홍빈씨(현재 서울시 정책기획관)를 팀장으로 하여 ‘신 행정 수도 계획’에 참여했다. 당시 연구자들의 평균 나이는 서른 살 아래였다.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으나 그 때의 노하우는 분당·일산 등 신도시에서 실현되었다. 지금까지 황교수는 대전엑스포, KOEX, 파리공원, 독립기념관, 서울대 캠퍼스, 파주(일산) 출판문화산업단지 등의 계획과 설계에 참여했다.

‘도시는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자화상’이라고 황교수는 말한다. 도시를 제대로 봄으로써 도시를 제대로 만들 수 있고, 그리하여 도시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황교수가 이번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이다. 이 책은 ‘도시를 보는 눈’ ‘도시의 자연’ ‘길과 집’ ‘도시 개발의 문화’ 등 모두 7장으로 엮였다.

그의 명함에는 ‘환경 설계’라고 박혀 있다. “모든 설계는 환경 설계다.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들이 서로 어울리게 하는 지휘자가 환경설계가이다. 환경 설계는 궁극적으로는 자연에 바탕을 두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다루는 학문이다”라고 황교수는 말했다.

현재 파주 출판문화산업단지와 서울대 캠퍼스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10년째 붙잡고 있는 연구를 10권의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1권은 <경관의 해석 1­바탕의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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