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
  • 宋 俊 기자 ()
  • 승인 199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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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글로만 채운 ‘1인 저널리즘’ 잡지
강준만 교수(전북대·신문방송학)가 ‘전쟁’을 선포했다. 물리칠 상대는 얼치기 지식인과 불공정한 언론이다. 강교수는 최근 자신이 출간한 <인물과 사상>(개마고원 펴냄)을 모함(母艦)으로 삼아, 지식인과 언론의 궤변·무책임·비겁·폐해를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인물과 사상>은 다소 낯선 책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일종의 잡지인데, 표지부터 맨 뒤까지 모두 강교수 자신의 글로 채워져 있다. 이른바 ‘1인 저널리즘’이다. 강교수가 이 생경한 형식의 글쓰기를 시작한 배경에는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특히 공생 관계로 밀착한 ‘골리앗 언론’과 일부 엘리트의 언로(言路) 독점을 우려한다.

그 횡포에 맞서 강교수가 찾아낸 대안이 바로 ‘출판의 언론화’이다. 책이 곧 매체이고, 출판인이 곧 언론인이며, 서점이 곧 언론문화센터가 되어 ‘다윗의 언론학’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이 책을 평균 3개월마다 내겠다고 공언했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강의도 하면서, 혼자 3백50쪽 분량의 계간지를 써내겠다는 말이다.

엄청난 다작이지만, 필봉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강교수의 글은 정연하고 날카롭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지적 사기’를 간파하는 데 강교수는 천부적 감각을 타고난 듯하다. <인물과 사상>은 여론을 호도하려는 주장의 모순과 거짓, 전제·가정·결론의 불일치 등을 치밀하게 찾아내 조목조목 논박한다.

이 책은 ‘DJ 정권교체론’ ‘서울대 망국론’과 마광수·장정일 외설 파문을 통해 현실 정치와 학벌 교육의 고질을 고발하고, 지식인·공권력·대중이 합작해 생산한 권위주의·이중성·자가 당착의 모순 논리를 명쾌하게 폭로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주창한 ‘인간 개조론’을 두고는 가상현실적 논리의 공허함을 지적하고, ‘대중 음악의 마지막 독립군’ 정태춘씨와 ‘한국 여성운동의 어머니’ 이효재씨를 통해서는 자유·자율·책임을 논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론, 베네통의 광고 철학, 캘빈 클라인의 패션 전략과 함께 소개되는 문화론도 여느 잡지 수준을 넘어선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의 ‘의사사건론’과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적 자본’같은 개념이 한국 사회의 기형성을 읽는 도구로 원용되기도 한다.

이같은 다양한 선별은 결코 현학으로 읽히지 않는다. 강교수의 다각적인 ‘읽기’와 주장은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지식인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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