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밀로스 포먼 감독 <래리 플린트>
  • 宋 俊 기자 ()
  • 승인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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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플린트>, 포르노 잡지 발행인의 일생 그려
래리 플린트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 발행인이다. <허슬러>는 노골적이고 저속하다는 점에서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를 능가한다. 성기를 집중 조명하거나 성행위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수간(獸姦)을 게재한 최초의 잡지이기도 하다.

래리 플린트는 자기가 운영하는 ‘허슬러 클럽’의 여자들과 자주 잠자리를 같이했고, 그룹 섹스를 즐겼다. 미국 대통령에 출마한 적도 있다. 이 저질스런 기인의 일생을 영화화한 작품이 바로 <래리 플린트>(밀로스 포먼 감독, 우디 해럴슨·커트니 러브 주연)이다.

‘표현의 자유’ 집중 조명

그럼에도 영화 <래리 플린트>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여우 주연상, LA 영화비평가협회 남우 주연상을 받았고, 전미비평가협회로부터 최우수 10대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질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어떻게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표현의 자유’에 있다. 래리 플린트는 ‘표현의 자유’ 문제를 다루는 가장 민감한 리트머스 시험지였던 것이다.

래리 플린트의 인생 가운데 20여 년은 법정 투쟁 기간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음란물 배포 혐의로, 이어서 명예 훼손과 법정 모독 혐의로 쉴 새 없이 법정을 드나들었다.

‘살인은 불법이지만 살인 장면을 촬영해서 <뉴스위크>에 실으면 퓰리처상을 받는다. 섹스는 합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해서 잡지에 실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문제 삼으면서 사법부에 맞서던 래리 플린트를 정작 위기에 빠뜨린 것은 명예 훼손 사건이었다.

저명한 성직자 제리 포웰 목사가 어릴 적에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허슬러>의 표현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 전체의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대법원은 미국 헌법 수정 조항 제1조(수정헌법) 표현의 자유를 들어 래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것은 래리 플린트의 승리라기보다 표현의 자유가 얻은 승리였다. 래리 플린트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의를 대변하는 기표였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쓰레기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소중하다. 나 같은 쓰레기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여러분의 표현의 자유가 더 넉넉하게 지켜질 것 아닌가.” 래리 플린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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