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가를... 15법칙> 저자 홍우형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9.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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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자본주의’니 ‘돈 놓고 돈 먹기’니 하는 비난을 듣는 월 스트리트 움직임은 IMF 체제 이후 늘 한국 경제의 최대 관심사였다. 여의도 증권사 객장에서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이 월 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따라 투자 액수나 방향을 정해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자면 지난 달부터 서점에 깔린 <월가를 움직이는 15법칙>이 곧바로 시내 서점 베스트 셀러 순위의 꼭대기를 넘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책을 쓴 로이 홍(한국명 홍우형)은 지금은 인천대 교수라는 명함을 갖고 다니지만, 97년 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퍼스트보스턴(CSFB)이나 스위스 연방은행 같이, 월 가의 유수한 투자 은행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했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을 넘나들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그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달에 2백50만원 받으면서 한 지방 도시에서 20대 초반 대학생들과 월 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월 가의 투자 원칙과 관행 소개

로이 홍은 “한국이 경제 위기를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 금융권 종사자들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 가의 투자 원칙과 관행을 너무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월 가 사람들은 고객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지, 접대 문화는 어떤지, 동료들과는 어떻게 경쟁하는지 따위 주변 이야기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러나 로이 홍이 이 책을 통해 말하려 했던 것은 진정한 프로 정신이다. 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그 기업에 대한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으고, 한 번 고객 대상 설명회를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가 하는 초년병 시절의 어설픈 경험들이 그에게는 하나같이 프로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는 투자 은행에 들어간 뒤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이 기업의 손익 계산서 등 재무 제표를 꼼꼼히 검토했다. 월마트 본사를 방문해 전설적 창업자인 샘 월튼을 직접 만났으며,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날아가 매장의 1일 직원이 되기까지 했다.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한 그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그는 “월 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매일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는데, 한국은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미국의 투자가들과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해 얘기하던 중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이 수백 명이지만 한 사람만 만나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라고 말한다.

로이 홍은 한국의 금융 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판단이 들기 전까지는 계속 한국에 머무를 생각이다. ‘미국에서 폭탄을 던져 한국에서 전쟁이 터진 셈인데, 위기의 해법을 미국 사람들에게 구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거듭되어서는 안되겠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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