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5개월 만의 개봉 현장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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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 <거짓말> ‘5개월 만의 개봉’ 현장 풍경
지난 8일 오후 <거짓말>(연출:장선우)이 상영되는 시내의 한 복합관. 극장 앞은 표를 사려는 관객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매표구는 한산했다. 오후에 접어들자마자 일찌감치 매표 현황판에 5회 모두 매진 표시등이 켜졌던 것이다.

5개월 동안 논란이 거셌던 <거짓말>이 상영되는 풍경은 기대만큼 부산했고, 동시에 예상 외로 조용한 것이기도 했다. 우려했던 시민단체의 선전전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차례나 등급 매기기가 보류된 끝에 간신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거짓말>은, 최근 시민단체의 고발이라는 암초에 부딪힌 터였다. YMCA를 주축으로 한 시민단체 음란폭력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 제작사 신씨네 대표 신 철씨와 장선우 감독을 비롯해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전국 백여 개 극장주를 고발하고 나섰다. 음대협은‘단순히 성묘사가 많아서가 아니라, 시종 성인과 고교생의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그려 사회의 건전한 성윤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신씨네는 의외의 복병이 나타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관객과의 만남이 법적으로 보장된 만큼 여유있게 대처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거짓말>은 해적판 비디오가 시장에 나도는 등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타지 못함으로써 예비 관객을 빼앗길 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가 공개됨으로써 무형의 타격이 심각했던 것이다. 신씨네 대표 신 철씨는 “화제성 때문에 불법 복제가 더 기승을 부린 것 같다. 서둘러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삭제 분량이 늘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영화가 개봉됨으로써 풍문 대신 구체적이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통로가 막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자유롭게 평하기 어려웠던 정황을 감안하면 <거짓말>은 더 엄혹한 심판대에 오른 셈이다. 벌써부터 통신 공간은 화제 만발이다. 한 관객은 “말 많고 탈 많은 <거짓말>을 보게 되어 내심 뿌듯하긴 했지만, O양 비디오를 보았을 때 느꼈던,‘소외감을 벗어났다는 뿌듯함’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감상 평은 편차가 크다.‘사회의 위선을 효과적으로 까발린 정치적 포르노’라는 의견과‘위선에 찬 또 하나의 선정주의일 뿐’이라는 혹평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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