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그림이 논란에 빠진 까닭
  • 뉴욕·홍영기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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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소장 ‘거북선 그림’ 싸고 논란…1867년 일본 교토에서 발견
한재미 동포가 소장한 거북선 그림이 화제다. 가로 1.76m, 세로 2.39m인 명주천 위에 거북선 4척을 그려 넣은 이 그림은 낙관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 화가가 아니고 왕명에 의해 궁중 화원이 그린 기록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어 사료 가치가 크다고 말하고 있다.

거북선과 지원 선박이 정박해 있는 군항을 직접 보면서 그린 실경화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거북선이 3층 구조였으며, 원형에 가까운 타원 모양이었고, 거북선 윗등에 십자 세로가 있다는 등 거북선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쇠뇌발사기 등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조선시대 무기도 그려져 있다. 특히 거북선의 전장, 외관, 내부 칫수, 방 구조 등 제원이 적혀 있어 거북선 복원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그림은 원래 옛 평양 숭실학교 교장을 지낸 미국인 데이비드 마우리 씨의 손주 며느리인 엘리자베스 마우리 여사가 보관하고 있었다. 한국 태생인 마우리 여사는 남편 데이비드 마우리 3세와 결혼한 후 자주 일본을 오가며 한국과 일본의 고미술품을 수집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 그림을 구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마우리 여사의 증언에 따르면, 이 그림은 1867년 일본 교토 인근의 니이가타 현 나가오카 성에서 발견되었다. 메이지 천황과 막부 간의 권력 다툼에서 막부측에 가담했던 성주가 천황측에 패한 후, 당시 관습대로 항복의 표시로 성벽의 일부를 허물고 천황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발견 당시, 크기가 같은 비슷한 그림이 한 폭 더 있었지만 훼손이 심해 복원하지 못했다. 이 그림 역시 상당 부분이 수채물감으로 덧칠해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미국으로 이사한 마우리 여사는 1970년 일본골동품협회로부터 반출 승인 절차를 받고 이 그림을 미국으로 가지고 갔다.

마우리 여사가 거북선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미 고미술전문가 최영래씨는 이 사실을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 윤원영씨에게 알려 그림을 구입하도록 했다. 사업가인 윤씨는 그림을 살 수 있는 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3년여를 설득해 이 그림을 겨우 샀다. 마우리 여사는 한국 역사를 제대로 규명하는 데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측정 결과 1640~1760년에 제작

2003년 1월 그림을 구입한 윤씨는 얼마 전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시에 이 그림을 6백만 달러에 되팔기 위해 문의했다. 여수시는 윤씨가 보내온 자료를 전문가에게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궁중기록화 진위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에 왜색이 너무 짙다며 일본에서 그려진 그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윤씨는 그림을 조지아 대학 부설 ‘동위원소 실험실’에 보내 연대 측정을 의뢰했다. 질량가속편광분석(AMS) 방식에 의한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을 한 조지아 대학 실험실은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가 1640~1760년일 것이라는 측정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림의 왜색 여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고미술 감정가인 김영복씨는 “실물을 직접 보지 않아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구도·화풍 모두 일본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어서 우리 궁중기록화가가 그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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