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중위 의문사 추적한 다큐 <진실의 문>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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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감독, 김 훈 중위 의문사 사건 추적한 다큐멘터리 발표
“두렵죠. 관련자들 반응이.” 다큐멘터리 <진실의 문>(2004년, 1백5분)을 만든 김희철 감독(30)은 화제작을 만든 감독답지 않게 취재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영화에 대한 얘기는 할 수 있지만, 본인을 촬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인디다큐 페스티벌(10월28일~11월3일 서울아트시네마)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진실의 문>은 김 훈 중위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1998년 김 훈 중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래, 최근까지 이 사건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를 근접 촬영했다. 인디다큐 영화제 프로그래머 남인영 교수는 “만만치 않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작품으로 영화제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째. 한·미 공동 수사는 물론 국방부 특별 조사까지 모두 종결된 마당에 왜 새삼 이 사건을 집어든 것일까. 김희철 감독이 김 훈 중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따져 보니 김 훈 중위는 그에게 육군사관학교 2년 선배였다. 김희철 감독은 적성에 맞지 않아 2학년 때 육사를 그만두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일을 겪으며 같은 정서를 공유했으리라는 생각에 느낌이 각별했다.

결심이 서자 바로 김 훈 중위의 부모님를 찾아가서 뜻을 말씀드렸고, 그 인연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관련 공판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진상이 밝혀지리라는 유가족의 염원이 지루한 공방 과정에서 실망과 분노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따로 가족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한 관계자의 증언과 당국이 취한 객관적인 입장만으로 사건을 구축하고 싶었다. 유가족 처지에서는 섭섭했을 수도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문제는 그가 처음 사건을 다루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판문점의 군기 문란 실상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고, 그 와중에 특정인이 타살 용의자로 지목되어 보도되면서 당사자가 법적인 대응에 나서는 등 어디서 누가 그의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는 독립 다큐멘터리 치고는 이례적으로 자문 변호사까지 두고 도움을 받았다.
그는 작업을 위해 방대한 자료를 읽고, 보았다. 관계자들도 집중 인터뷰한 만큼 사건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서 있을 터. 하지만 말을 아꼈다. 그는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 사회가 그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살이라는 결론을 위해 초동 수사를 꿰어맞춘 흔적은 역력하다. 미군은 초기에 타살의 흔적이 될 수도 있었을 증거를 없애버렸고, 국방부는 미군을 핑계로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어쩌면 그 상황을 반겼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당국의 자살 부인 과정에 초점 맞춰

김감독은 타살 용의자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위협을 피하자는 생각도 있고, 어차피 국가와 당국이 자살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부인해 가는 과정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넘긴 자료 화면 가운데는 의외의 것도 들어 있었다. 김 훈 중위의 소대원 가운데 한 명이 조사를 받으면서 회유와 협박을 받는 과정이 여과 없이 찍힌 화면 자료가 손에 들어온 것. 김감독은 “아버지인 김 척 장군이 집요한 요청 끝에 국방부로부터 받아낸 자료에 포함되어 있었다. 국방부로서는 몹시 불리한 자료인데, 어떻게 넘기게 되었는지 경위를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그립다고 했다. 다른 다큐 작가들이 그렇듯이 가난과 열악한 환경이 문제이다. 그에게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은 지원금을 정산하는 과정 자체도 고문이다. 그는 “민간 기업의 문화 지원 프로젝트가 더 고맙다”라고 말했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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