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할한 7080이여 추억 이상을 노래하라
  •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
  • 승인 2004.12.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콘서트 성공으로 상업성 확인…신세대와 ‘교감’이 과제
지금 30대와 40대에게 7080문화는 자신들이 한창 때 즐기던 것이어서 정겹게 다가오겠지만 신세대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윗세대 문화라는 점을 존중하면서도 현재의 문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생소하고 낡은 것으로 느낀다. 문화 시장의 주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10대와 20대. 흘러간 음악과 영화라도 그들이 비로소 납득해야 현실적 가치를 갖는다.

7080 문화가 한 해 내내 미디어를 물들이면서 2004년의 키워드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것을 요즘 젊은 사람들도 좋아할까?’하는 점이다. 그동안 음악 시장과 공연장을 외면하던 기성 세대가 7080 콘서트 붐과 함께 돌아온 것은 확실하지만 ‘문화 대물림’이 끊긴 지 오래인 우리 풍토를 감안하면 자신 있게 답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나 세대가 다르다고 해서 미리부터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2003년 봄 고려대 축제 현장. 인기 가수들이 다수 출연한 이 날 7080 대표 음악가 전인권이 출연했다. 세련된 힙합과 R&B 세례를 받은 뉴 밀레니엄 학번 관객들이 그의 괴상한 차림에 이질감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저 사람 누구야? 너무 구리잖아.” 그러나 비주얼에서 오는 세대 차이는 거기까지였다. 막상 노래가 시작되어 그제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열정적 울부짖음과 지금의 만들어진 가수와 뚜렷이 대비되는 야생의 음색을 접하게 되자 대학생들은 놀랍다 못해 넋을 잃었다. ‘저런 소리도 있구나!’

전인권의 강렬한 노래에서 그들은 기성 세대 음악이 갖고 있는 묘한 매력을 실감한 것이다. 실험의 요소가 다분했던 전인권의 출연은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다. 고려대 축제 팀은 이듬해인 2004년 축제에 다시 전인권을 초청해 열띤 앙코르 무대를 엶으로써 기획의 승리를 자축했다.

이 에피소드는 기성 세대의 전유물로만 인식된 7080 문화가 얼마든지 신세대에게 파고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되살아난 7080 문화의 어쩔 수 없는 약점과 한계는 기성 세대의 추억과 향수에만 의존한다는 데 있다. 과거의 음악을 반복해서 전할 뿐 ‘현재진행형’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7080 콘서트에 출연한 그 시대 가수 중에 신곡 히트작을 내놓은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1980년대 인기 그룹 ‘벗님들’을 이끈 이치현은 애초 7080 콘서트에 동승했지만 곧바로 그 대열에서 빠져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7080 문화가 ‘추억 팔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베테랑이라도 새 작품을 내지 않으면 과거에 종속되는 셈이며, 신곡 활동을 병행해야 7080 콘서트 문화도 하나의 대안 코드로 지속될 수 있다”라면서 지난해 새 앨범 제작을 강행했다. 하지만 그의 앨범은 주목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7080 콘서트야말로 추억을 팔아 연명하는, 달갑지 않은 상업성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인기에 급급한 신세대 인기 가수의 과잉 상업성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더러는 미사리 카페가 서울 도심으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전인권은 7080 붐이 ‘중년 세대의 제대로 된 놀이문화 부활’이라고 했다. 그도 얼마 전 통산 4집이 되는 새 앨범을 발표했다. 과거의 감성에 머물러서는 그 놀이가 쉬 지겨워진다는 것을 인식한 용맹한 진군이다.

‘중단 없는 신곡 생산’도 중요

‘신감각 생산성’을 가져야 중년 세대의 놀이문화가 문화의 한 축으로 발전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먼저 기성 세대 관객부터가 7080 가수들에게 옛날 곡만을 요구한다. 양희은은 언젠가 “공연장에 오는 손님들이 늘 과거의 히트송만을 찾아 고민이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팬들이 신곡을 원하지는 않지만 고집스럽게 신곡을 내놓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7080 문화를 유지하고 확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추억에만 매달리는 것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앨범으로 승부를 거는 것보다는 처음처럼 콘서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과거와 단절된 듯 보이지만 신세대가 중년 가수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7080 문화의 힘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7080 문화가 앞으로 기성세대 못지 않게 젊은이들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7080 문화의 생산성은 충분하다. 사실 신세대도 윗세대의 농익은 감성이 다가오기를 은근히 기다린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