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고나 읽어야지…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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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회 교수, <나관중 삼국지>의 ‘거짓과 과장’ 조목조목 밝혀
지난 12월27일 저녁, 서울시립대의 교수 휴게실. 머리카락이 희끗한 교수 10여 명이 특별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삼국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삼사모) 회원들이다. 이날 초청 강사는 김운회 교수(43·동양대 경영관광학부). <삼국지 바로 읽기>(삼인)의 저자다.

“흔히 어른들이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지만, 실은 <나관중 삼국지>를 읽고 흉내 내는 정치가들이야말로 자기도 망치고 나라까지 망칠 수도 있다. <삼국지>는 읽을 가치조차 없다.”

김교수의 강의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자, 여기저기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토론은 세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대부분 교수인 삼사모 회원들은 13년째 이런 회합을 갖고 있다. 현지 답사 여행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이날 모임은 회원인 한형수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장)가 김운회 교수의 삼국지 비판 글을 우연히 읽고 그를 초청해 이루어진 것.

<삼국지>의 인기는 여전하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는 총 6백97건의 <삼국지> 관련 상품을 판다. 지금까지 박태원 박종화 김동리 김광주 정비석 김용제 김동성 이문열 조성기 김홍신 이재운 유중하 황석영 장정일 본 등 20종이 넘는 번역본이 나왔다. <이문열 삼국지>는 1천5백만부 이상이 팔렸다.

이런 때 김운회 교수의 독특한 <삼국지> 해석이 장안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작가 장정일씨(아래 상자기사 참조)와 함께 <삼국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삼국지 해제>를 쓴 데 이어 최근 <삼국지 바로 읽기>를 펴내 <삼국지> 신드롬을 비판하는 총대를 멨다.

<삼국지>는 동북공정보다 더한 ‘촉한공정’의 의도로 쓰였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사 전체에서 볼 때 별 볼일 없던 삼국의 이야기는 1천여 년 후 나관중에 의해 부풀려지고 성역화했다. 당시 몽골의 침입으로 피폐해 있던 한족에게 중화주의를 선양하기 위해 한족 영웅들의 이야기가 재발굴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삼국지>에 나와 있는 전략·전술이란 것이 대부분 이간질이나 권모술수에 불과한 것들이어서 배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김교수가 전하는 <나관중 삼국지>의 과장 혹은 거짓을 모아보았다.

유비는 과연 ‘인자한 울보’였을까?:유비는 목적을 위해 양아들을 죽이기도 했고, 처자식을 의복에 비유할 정도로 냉혈한이었다. <삼국지>의 여러 전쟁은 유비가 영웅들을 이간질해 일으킨 것이다. 나관중이 유비를 인자하고 울기 잘하는 인물로 묘사한 것은 유비를 성리학에 따라 덕치(德治)하는 이상적 군주로 그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정말 훌륭한 전략가였나?:제갈량은 신야 땅에서 화공으로 조조를 궤멸한 적도 없고 적벽대전의 지휘관도 아니었다. 남만을 정벌해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고 풀어주었다는 ‘칠종칠금’ 고사도 허구다. 진수(정사 <삼국지> 저자)는 “제갈량은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를 터득한 인물로 관중과 소하에 비교할 만하지만, 매년 군대를 움직이면서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마 임기응변의 지략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관우는 충신과 용장의 전형이었을까?:정사에 나타난 관우의 활약상은 안량을 벤 것이 유일하다. 두 형수를 모시고 오관을 통과하면서 여섯 장수를 베었다는 오관참장(五關斬將) 이야기도 허구다. 송·명 등 후대의 정권들이 충성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기 위해 신격화했을 뿐이다.

유선은 비겁자였나?:유비의 아들로 촉의 황제에 올랐으나 위에 투항한 유선은 <나관중 삼국지>에서 유약하고 귀 얇은 비겁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는 당시 보기 드문 현군이었다는 것이 김운회 교수의 평.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촉의 인구는 94만명 정도로 위의 30분의 1에 불과했다. 무모한 전쟁을 치르느라 성인 남자의 3분의 2가 군대에 동원되었다. 유선은 제갈량이 죽자마자 전쟁을 끝냈고 30년간 ‘민생 정치’를 폈다.

여포나 동탁은 정말 악한이었을까?:<나관중 삼국지>에서 여포는 양부를 살해한 패륜아다. 여포에게 죽은 동탁 또한 희대의 살인마다. 하지만 김교수는 두 사람 모두 중국의 변경 태생으로 ‘비(非)한족’이기 때문에 폄하된 측면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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