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가 평가한 전국 '지역 축제' 실태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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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지역 축제 실태 조사·평가…주민 참여도 높을수록 운영 잘돼
국내에서 지역 축제가 1년 동안 모두 7백71개나 열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2백34개 시·군·구당 평균 3개 이상 축제가 열린 꼴이다.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속 축제모니터링단이 2003년 1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열린 전국의 지역 축제를 전수 조사한 결과이다

문화연대는 이와 함께 문화관광부가 우수 축제로 선정한 37개 지역 축제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공개했다. 문광부는 해마다 30~40 군데 지역 축제를 우수 축제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등 3개가 빠지고 평창 효석문화제, 울산 고래축제 등 10개가 새로 추가되었다. 문화연대는 문광부의 위탁을 받아 해당 축제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역 축제가 자리 잡으면서 지역 인지도가 높아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과도한 관광상품화, 프로그램의 진부함, 지역 주민들의 참여 부족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개별 축제를 보면 춘천국제마임축제와 진도영등축제가 지역민 참여, 축제 완성도, 문화적 정체성, 축제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경젓갈축제·김제지평선축제·영동난계국악축제도 호평을 들었다. 반면 팔만대장경축제는 민간 주도의 미숙성이, 보성다향제는 지나친 관 주도로 인한 주민 참여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축제’, 지리산 한방축제, 진주 유등축제도 개선할 점이 많은 축제로 꼽혔다.

축제 평가를 책임진 류문수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실장은 “일탈성·어우러짐·문화적 소통 등 ‘축제성’을 살린 축제가 적었고, 경제 측면에서만 축제를 바라보려는 시각이 아직도 많아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축제 전문가 이현식씨(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는 “평가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자치단체장이 임기 내에 업적을 쌓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축제가 성공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국내의 대표적인 축제 몇 곳에 대한 평가 내용이다.

춘천국제마임축제:1989년 마임이스트 유진규씨에 의해 시작된 순수 공연예술 축제. 국내외 마임 예술가들의 공연과 음악·무용·퍼포먼스·굿을 뒤섞어 밤새 공연하는 ‘도깨비 난장’이 볼 만하다. 마임이라는 차별화한 소재를 가지고 있으며, 예술인과 축제기획 전문가 중심의 기획 운영 시스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민간 축제이다 보니 예산 확보가 불안정한 점이 문제. 마임에 비해 ‘도깨비 난장’의 비중이 해마다 커지고 있는데, 대중 참여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축제의 정체성 차원에서는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매년 5월 말 춘천시 전역에서 열린다.
진도영등축제:전남 진도군 바닷가에서 매년 음력 3월 초(양력 5월 초쯤)에 민·관 합동으로 열리는 전통 문화 축제. 이때쯤이면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이곳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바다 2.8km가 바닥을 드러내는데, 이를 ‘영등살’이라고 부른다. 1975년 프랑스 신문에 소개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축제가 시작되었다. 갈라진 바닷길을 걷는 영등살놀이와 함께 민속 공연, 조개잡기 체험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지역 주민 참여도, 축제의 짜임새, 문화적 정체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운영 미숙이나 교통 불편, 안내 시설 미비 등이 개선할 점으로 지적되었다.

영동난계국악축제:우리 나라의 3대 악성으로 불리는 난계 박 연을 기리기 위해 그의 출생지인 충북 영동군에서 37년째 열리는 국악 축제. 난계국악박물관과 국악기 제작촌, 난계 사당에서 국악 공연과 국악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 국악기 체험 행사에는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주변의 국악 인프라 시설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영동군은 현재 전수촌 건립 등의 대안을 마련 중이다. 매년 10월 초에 닷새간 열린다.

김제지평선축제:전북 김제의 특산물인 쌀과 관련한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농경문화 축제. 쌀음식 시식회, 허수아비 만들기, 밤불 대동놀이 등 농촌 문화 체험 행사가 주요 프로그램이다. 지역민의 참여도·축제성·축제 완성도도 높은 편. 문화연대 축제모니터링단은 ‘잊혀가는 우리 전통 문화를 눈물에 젖어 향수하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그러한 문화의 힘으로 삶에 활력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제시 벽골제 일대에서 10월 초 추수가 끝난 뒤 나흘간 열린다.
보령머드축제:한여름인 7월 중·하순에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매년 열리는 대중 축제. 해수욕장과 서해안 갯벌을 이용한 지역 특성화 축제이다. 해변 셀프 마사지, 대형 머드탕, 머드슬라이딩 등 진흙 체험 행사의 인기가 높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일조했다. 다만 지역민들과의 소통 체계가 부족하고, 축제가 지역 특산품 홍보와 판매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

팔만대장경축제:경남 합천 해인사 인근에서 매년 4월 해인사의 ‘정대 불사’에 맞추어 열리는 지역 축제.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를 재현하는 것과 인경·판각 체험 등이 주요 프로그램. 하지만 <팔만대장경>과 해인사라는 훌륭한 전통 문화를 배경으로 갖추고 있으면서도 축제로서 정체성이 부족하고 프로그램의 완성도 또한 낮다는 평을 받았다. 주최측의 미숙과 해인사의 협조 부족이 이유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새로 해인사 주지가 된 현응 스님이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해 내년부터 차츰 일반 관람을 제한하는 대신 가야면과 함께 매년 여는 ‘대장경 축제’를 활성화하고, 해인사박물관을 목판인쇄문화 전문 시설로 특화해 지역 문화와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시사저널> 제792호 참조)라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축제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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