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전 - 네티즌이 퍼뜨리는 디지털 ‘구전 설화’
  • 차형석 기자 ()
  • 승인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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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모의전’ 동호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모의전은 자신을 영화·드라마의 특정 인물로 설정해 채팅을 하거나 소설·대본 등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다. 연예인이 주제가 되면 가상 연예인 모의전, 사극이 주제면 황실 모의전, 학교를 배경으로 하면 학교 모의전이 된다. ‘황실모의전’ ‘지존황실’ ‘사극모의전’ 등 수십 개의 모의전 동호회에서는 회원끼리 서로를 ‘황후’, ‘태후’라고 부르며 ‘하오체’로 채팅을 한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라 ‘롤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장금>에 나오는 한상궁의 인기가 높아져 ‘아무개 상궁’을 자임하는 네티즌이 늘었다.

모의전은 디지털판 ‘구전 설화’이다. 여러 사람이 온라인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을 맡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내용은 비틀어지고 변형된다. 한 네티즌은 <장희빈> 모의전 동호회에서 1백50부작짜리 대본을 창작해 올리기도 했다.

모의전은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네티즌의 성향에 맞는다. 젊은 네티즌은 인터넷 게임을 통해 롤 플레이를 쉽게 체득한다. 자신이 늘 꿈꾸었던 상상 속의 인물이 되어 하고 싶었던 말을 풀어내면서 자기 만족을 얻는다. 복제와 모방에서 변형의 문화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트렌드를 감지하는 ‘트렌드워처(Trend Watcher)’라면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감했을 것이다. 신혜인. 숙명여고 3학년인 신양은 농구계의 여자 ‘얼짱’(얼굴이 잘 생긴 사람)으로 수많은 ‘누나부대’를 이끌고 있다. 트렌드워처가 되는 데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트렌드워처가 많다.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맞이해 길쭉길쭉한 모양을 한 상품들이 선물가게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조어를 만들었다. 디크족(Double Income with Kids). 우리말로 풀면 ‘애 딸린 맞벌이 여성’이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과 대비된다. 중고 명품과 주택거래신고제는 평범한 디크족의 관심 사항. 마이바흐는 내년 초부터 판매하는 초호화 세단으로 하루에 5대밖에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차 한 대 가격이 10억원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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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파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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