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현대상선 사장]눈길 끈 가신 반란 알고보니 ''자중지란''
  • 소성민 기자 ()
  • 승인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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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김충식 사장이 현대건설 지원을 거부한 사건은, 사실상 ‘주군(主君)에 대한 가신(家臣)의 항명’이라기보다 무너져 가는 왕조의 자중지란이었다.

11월7일 김사장이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현대전자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현대 사태의 동향을 긴박하게 전하던 언론은 일제히 ‘김충식 사장이 주군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김재수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일방적으로 현대상선의 현대건설 지원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한 김사장의 반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월6일 오후 김재수 본부장이 그 방안을 제시하던 자리는, 그 날 오전 현대건설이 발표한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을 번복한 현장이기도 했다.

결국 11월6일 정몽헌 회장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재 출연 계획이 나왔고, 역시 똑같은 상황에서 현대상선의 지원 방안이 제시된 셈이다. 주군이 외국에 나가 집을 비운 사이에 가신들끼리 손발을 못 맞추고 우왕좌왕한 격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대측이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며 정부와 채권단을 우롱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어쨌든 김충식 사장이 지원을 거부하며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지원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되지도 못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점은, 재벌 계열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곱씹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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