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인권 ‘지킴이’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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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CD 배포 금지 소송 이긴 권두섭 변호사
11월28일 법원은 교육부의 행정편의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고등학교 3학년 성 아무개군(17) 등 3명이 낸 대입전형자료 CD제작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관행으로 전국의 수험생 정보를 CD로 제작해 배포한 교육부는 당황했다. 반면 전교조는 환호했다. 이번 판결이 논란을 거듭해온 네이스(NEIS)와는 무관하지만, 정보 인권과 관련한 판결이라는 데 전교조는 의미를 두고 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네이스 문제와 무관하지만, 네이스 논쟁의 핵심인 정보 인권과 관련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소송에는 전교조 외에도 숨은 주역이 따로 있다. 민주노총 권두섭 변호사(33·사시39회·사진)가 주인공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인 그는 지난 10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작은 소박했다. 학생들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수험생들의 생활기록부를 CD 2장에 담아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소송 당사자 모집은 전교조가 맡았다. 입시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는 교육부의 논리를 깨기 위해 전교조 교사들은 권변호사의 손발이 되었다. 대학을 돌아다니며 입학처장을 만나, CD로 처리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권변호사는 2000년 연수원을 수료하자 민주노총에 투신한 노동 전문 변호사다. 수임 사건의 99%가 노동 관련 소송이다. 인권 변호사로도 그는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 10월30일 외교 공관에서 100m 내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지난해 과잉 알몸 수색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숨은 주인공도 바로 권변호사다. 권두섭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가 의미 있고 용기 있는 판결을 내려주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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