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채 많이 내면 ‘운수대통’ 복채 적게 내면 ‘운수먹통’
  • 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력 설과 음력 설 사이가 짧아 이중 과세라는 말이 더욱 새삼스럽습니다. 올해에는 신정 때 나누지 못한 새해 인사를 구정 때 벌충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신년 덕담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세시풍속 가운데 하나가 한 해 신수를 보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이맘때면 마을 어르신이 두터운 돋보기 너머로 보아주시던 <토정비결>이 떠올라 기자도 재미 삼아 신년 운세를 보았습니다. 요즘은 굳이 시간을 내 용하다는 곳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정보화 1등 국가! 인터넷을 두드렸습니다. 금융기관과 언론사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둘 다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물고기와 용이 물을 잃는다는 식이었습니다.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어서, 이번에는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3천원짜리 1년 신수는 무료 <토정비결>보다 한결 좋았습니다. 고관대작들을 상대했다는 아무개씨의 신년 운세 복채는 만원이었습니다. 발동이 걸린 김에 클릭했더니, 그야말로 운수 대통이었습니다. 무전무운, 유전대운? 신년 운세도 복채에 비례하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입학과 졸업 시즌입니다. 17대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입시생을 둔 학부모나 청년 실업자, 창업을 앞둔 사오정은 물론이고 기업가와 정치인 들까지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하는 ‘역술 시즌’입니다. 예언은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위력을 발휘합니다. 미래는 오지 않습니다. 내가 미래로 가야 합니다. 내가 가는 곳이 곧 미래입니다.

부디 점술가의 예언이 아니고 상식에 바탕을 둔 예측이 가능한 2004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