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년 화두는 ‘글로벌’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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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19일 전경련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투자를 독려했다.

대기업들이 의욕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투자 계획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56조4천억원에 이른다. 24.3%가 증가했던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투자가 늘어나면서 신규 채용도 증가할 전망이다. 600대 기업에서만 17만7천명에 달하는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LG·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2004년 경영 화두는 ‘글로벌 기업’과 ‘윤리 경영’이다. 핵심 사업과 수출에 집중하는 공격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터여서 지배구조 개선 등 윤리 경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을 올해 경영 목표로 삼았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을 경영 슬로건으로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15조5천억원. 또한 3백50여개 협력업체에 8천7백5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등 5년 동안 총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은 올해 매출액 1백20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카드 위기와 하나로통신 분쟁 등으로 고전했던 LG그룹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나섰다. LG그룹의 매출액 목표는 95조원. 올해 9조4천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31% 증가한 액수로, LG그룹은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또한 2004년에 지주 회사 체제를 확립하고, 계열 분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LG전선·LG산전 등 LG전선그룹이 계열 분리되고, 카드와 증권 등 금융 계열사도 분리될 예정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그룹도 공격 경영에 나설 기세다. 그룹 전체의 매출 목표는 69조6천4백억원. 5조8천8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 개발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34.8% 늘리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를 ‘2010년 글로벌 톱5’로 도약하는 전기를 맞이하는 해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소버린자산운용이 최태원 회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SK그룹은 오는 3월 (주)SK 주주총회 이전에 투명성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총에서 소버린과 최회장측이 표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재계와 관가는 ‘인사 이동’으로 들썩였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1월 중순 사장단(부회장 2명, 사장 5명)을 비롯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인사설이 무성했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윤종용 부회장은 생활가전 분야까지 총괄하게 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술 인력 전진 배치. 이윤우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 겸 기술원장을 맡고, 황창규 사장이 반도체 총괄사장 겸 메모리사업부 사장으로 반도체 분야를 지휘하게 되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사장이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관가는 지난 1월20일 마무리된 중앙 부처간 32개 국장급 인사 교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앙인사위원회는 부처 이기주의와 이익 집단의 영향을 벗어나 범정부 차원에서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우수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인사 교류제도를 도입했다.

22개 직위는 상호 교환을 통해, 10개 직위는 공모를 통해 모두 다른 부처 출신 국장이 등용되었다. 공모직 열 자리 가운데 여섯 자리를 기획예산처와 재경부 출신이 차지해 경제 부처가 약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장급 인사 교류 발표가 나오자 일부 부처는 동요하기도 했다.
관가의 ‘이종 교배’는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어떤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이다. 전문가들은 낯선 조직으로 진출한 국장들이 얼마나 빨리 조직에 적응하고 전문성을 갖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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