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저수지’ 드러나나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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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이 다시 삼성을 겨누고 있다. 삼성이 한나라당에 추가로 채권 1백70억원과 현금 40억∼50억 원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은 3백22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까지 자사에 대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일단락되었다고 판단하고 처벌 수위에만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삼성으로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명동 사채 시장에서 국민주택채권을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그 규모까지 낱낱이 밝혀지면서 삼성이 그동안 돈 세탁을 거쳐 비축해 놓은 ‘비자금 저수지’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삼성이 오래 전(대선 이전)부터 명동 사채 시장을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것은 이 바닥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삼성이 명동 사채 시장에서 채권을 은밀히 유통시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명동 채권중개업자 50여명을 비밀리에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명동에서 큰돈 만지는 채권중개업자는 모두 끌려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비자금 저수지가 들통 났다면, 수사 범위는 대선 자금에 그치지 않고 경선 자금까지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다.

대검 중수부는 삼성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김인주 사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비공개리에 잇달아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중수부는 2월12일 김인주 사장을 임의동행하기 위해 자택을 찾았으나 김사장이 없어 강제 소환에 실패했다. 김사장은 2월17일 비공개리에 소환될 때까지 ‘지방 출장’을 이유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부회장도 지난 1월19일부터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회장을 만나기 위해 출국한 상태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불법 대선자금 관련 수사를 일단락짓고 기업인을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삼성 구조본 핵심 관계자인 이부회장과 김사장 가운데 최소한 1명 이상은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일부에서는 수사가 삼성그룹 비자금 전체로 비화하면 이건희 회장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이회장이 국내외에서 갖고 있는 위상과 이부회장과 김사장이 적극적으로 바람막이를 자처할 것으로 보여 처벌 수위가 구조본 핵심 관계자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3전4기’: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3전4기 만에 2월16일 국회를 통과했다. 농민 3천여명이 국회 앞을 가득 메우고 반대 집회를 열었으나 ‘더 늦추면 수출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여론에 떠밀려 비준 처리된 것이다. 한·칠레 FTA 협정을 일단락 지으면서 FTA 물꼬를 튼 정부는 한·싱가포르, 한·일본 FTA 협상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KCC와 현정은 회장,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장군멍군’:현대그룹 경영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2월11일 KCC가 소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20.78%)을 처분하라고 명령하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무사히 방어하는 듯했다. 하지만 증선위 명령문이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KCC는 대반격을 감행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8.01% (57만1천5백주)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KCC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가운데 뮤추얼펀드 보유 지분 7.87%를 먼저 처분한 뒤 이와 비슷한 지분 8%를 공개 매수하고 사모펀드 보유 지분 12.91%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분한 뒤 다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에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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