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외풍 노도’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2.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씨티은행, 한미은행 인수…론스타는 외환카드 직장 폐쇄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본의’와 상관없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한국 금융업계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소버린은 SK㈜ 경영권을 놓고 기존 경영진과 다툼을 벌이면서 해당 회사의 경영 지배 구조를 크게 개선하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카드를 외환은행에 합병하는 것을 반대하는 외환카드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직장 폐쇄’를 감행하면서까지 카드업계 구조 조정에 앞장서고 있다.

비상 걸린 국내 금융업계:씨티은행이 지난 2월22일 한미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금융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씨티은행은 칼라일그룹과 JP모건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36.6%를 인수하기로 했고 잔여 지분도 모두 공개 매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개 매수 가격은 주당 1만5천5백원. 총 3조1천8백억원이 소요된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은행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은행·외환은행·제일은행 인수를 주도했던 칼라일·론스타·뉴브리지는 사모펀드에 불과했다. 국내 지점 12개와 자산 11조원을 가진 씨티은행이 자산 43조원인 한미은행과 합병하면 국내 6위 은행으로 올라선다. 국내 은행들이 우려하는 것은 씨티은행이 가진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첨단 금융기법이다. 세계 1위 은행인 씨티은행이 탄탄해진 국내 영업망을 통해 선진 금융기법과 상품을 출시하면 국내 은행들이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데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SK㈜, 경영구조 선진화:SK㈜ 이사회는 3월12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소버린과 벌일 표대결을 의식해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내이사 수를 5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는 이사회 개편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소버린이 퇴진을 주장한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물러난다. 사외이사는 소버린이 추천한 인사를 포함해 6명으로 늘렸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감사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SK㈜는 SK그룹 지주 회사 격이어서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달려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경영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억지 춘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SK㈜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이 실효를 거둘지는 두고보아야 할 듯하다.

외환카드, 노조 파업에 맞서 직장 폐쇄:론스타는 외환카드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외환카드는 2월22일 서울 강남구 노동사무소에 외환카드 본사에 대한 직장 폐쇄를 신고했다. 외환카드사 경영진은 외환카드 전산실에 경비용역업체 직원을 투입해 전산실을 장악했다. 외환카드 노조는 2월 말로 예정된 외환은행과의 합병과 인원 감축에 반대해 파업을 벌여왔다. 외환카드는 지난 1월 정규직 6백62명 가운데 3백60여명을 줄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업계 3위인 외환카드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지난 2월22일부터 현금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1월 외환카드에 3천5백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에 자회사를 지원하는 금액이 자기자본(BIS 기준)의 10%를 초과하면 안된다는 규정에 걸려 자금을 추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