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등록제 도입해야 나쁜 피 유통 막는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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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운 서울아산병원 혈액은행 담당 교수
감사원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 안전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1999년 이전 헌혈에서 B형·C형 간염 양성 반응을 보인 30만4천 명이 헌혈을 계속해, 그 가운데 7만2천8백 건의 혈액이 지난 1월까지 시중에 유통되었다는 것이다. 혈액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내에서 혈액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서울아산병원 혈액은행 권석운 담당 교수와 통화했다.

감사원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동안 헌혈한 사람에 대한 인적 자료 정리가 거의 안되어 있었다. 지난해 5월 겨우 그 시스템을 갖추었다. 따라서 1999년 이전 헌혈자 정보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아니다. 어차피 현재의 기술로는 완벽하게 바이러스를 가려낼 수 없다. 선진국에서도 더러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기술적으로 더 낫다는 NAT(핵산증폭검사)기 도입을 서두르는데, 신중해야 한다. 단가는 훨씬 높은데, 효과는 100만 건 중에 한두 건 정도를 더 찾아낼 수준이기 때문이다.

헌혈자의 혈액은 어떤 경로를 통해 수혈되나?
기증받은 혈액은 혈액원에서 엘라이자(효소면역 측정법)를 통해 간염·매독·에이즈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받는다. 그리고 깨끗한 피는 병원으로 옮겨져 재검사 없이 환자에게 투여된다(한 해에 헌혈하는 사람은 약 2백50만 명. 그 가운데 10%의 혈액이 ‘부적격 판정’을 받아 폐기된다).

혈액 관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병원에서의 관리다. 현재 작은 병원에서는 엄격하게 관리하기가 어렵다. 혈액으로 단 한푼의 수익도 못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액원에서 2만7천원에 혈액을 들여오면 2만7천원에 수혈해야 한다.

수혈로 간염 등에 걸리면 보상은 어떻게 되나?
에이즈는 확인이 쉬워 보상받을 수 있지만, 간염은 경로가 분명치 않아 보상받기가 어렵다.

‘깨끗한 피’를 채혈하고 공급할 대안은 없는가?
미국처럼 원하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헌혈하는 ‘헌혈 등록제’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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