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키우는 ‘널뛰기 계산’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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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비용 추정, 45조~1백50조원 ‘중구난방’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논란이 분명하고도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아예 이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원칙적 문제 제기부터 수도의 성격과 이전 장소, 이전 시기와 대상, 소요 예산 따위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아무리 추정치라지만, 소요 비용만 해도 45조6천억원에서 1백50조원까지 널을 뛰고 있다. 정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공동 위원장:국무총리·김안제 서울대 교수)가 공식 발표한 이전 비용이 45조6천억원이다. 국토연구원 등 8개 연구기관이 지난해 말 내놓은 추정치다.

45조6천억원 가운데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부 직접 투자 예산은 11조3천억원(24.8%)이다. 토지공사 같은 공공 부문과 기업이 담당할 민간 부담액이 34조3천억원(75.2%)이다.

정부 예산 11조3천억원 가운데 비중이 큰 것은 공공시설 투자비다. 중앙청사와 시청 같은 지방행정시설, 학교·복지시설 등을 짓는 데 8조3천억원이 잡혀 있다. 또 기존 철도와 고속도로에서 행정수도를 잇는 광역교통 시설비로 3조원이 책정되어 있다. 민간 부담액 34조3천억원 가운데, 택지 조성 및 주거용 건축 비용으로 27조3천억원이 잡혀 있다. 또 상업·업무시설 용지 조성에 5조5천억원이 투자된다.

그런데 이전 비용 공방이 최근 한 교수의 연구 결과가 나온 후 다시 격렬해졌다. 한양대 이태식 교수가 이전 비용이 정부 추정치보다 9조3천억원이나 많은 54조9천억원이 소요되며, 정부 부담액도 정부 주장보다 3배나 많은 3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 연구가 한국토지공사가 국토연구원 등에 의뢰해 나온 결과라는 점을 들어 정부를 공격하는 새로운 근거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이태식 교수 연구는 열병합발전소 항목만 빼면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이교수는 8조4천억원을 발전소 건립 비용으로 잡았지만, 정부는 이 항목을 설정하지 않았다. 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인구 50만명의 신도시에 발전소를 새로 건립할 필요는 없다”라고 주장한다.

또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은, 이교수가 정부 부담이 3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지만 민간이 부담할 비용까지 정부 부담에 넣었다고 지적한다. 토지매입비와 부지조성비, 부지내 간선시설 등은 사업 시행자인 공사 혹은 민간 기업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민간 건축비만을 민간 부담으로 산정해 정부 부담분을 늘린 것이다.

그런데 이 논란이 신행정수도 이전 비용이 100조원이 넘으리라는 주장으로 증폭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1백5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버젓이 실었다. 앞으로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높아지면 건설 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 세금 쓰는 돈은 25~30%

정부가 추정한 45조6천억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우선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토지 보상 기준이 변경되었다. 그동안 충청권 땅값이 뛰었으므로 토지매입비가 다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45조원은 현재 시점의 불변 가격이므로 앞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변동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수도 이전 비용과 관련해 혼란을 부르는 것은 정부 부담분이 11조원이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이전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다 해도 국민 세금을 쓰는 돈은 총비용의 25~30%선을 크게 넘지 않을 것이다. 공사 기간도 길어 비용이 분산된다. 2007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 건설 역사상 최장 기간 동안 건설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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