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나라 아우른 ‘EU 헌법’의 아버지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4.06.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
유럽연합이 지난 6월18일 또 하나의 거보를 내디뎠다. 지난 5월1일 새 회원국 10개국을 받아들여 25개 회원국으로 몸집을 부풀린 데 이어, 바로 이 날 회원국 정상들이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유럽연합 헌법 초안을 마련한 것이다. 헌법 초안에는 유럽연합 내에 대통령과 외무장관 직을 신설해 외교·안보·국방과 관련한 사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5개 회원국 모두가 국민투표를 통한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헌법이 최종 통과되면 유럽연합은 명실상부한 정치 통합체 면모를 갖추게 된다.

유럽연합을 하나의 국가로 이끌 헌법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은 약 2년 간의 산고 끝에 이루어졌다. 주도권 및 권력 배분, 통합 외교 정책의 기본 방향, 사회 보장과 조세 등 합의가 쉽지 않은 난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브뤼셀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는 유럽연합 현 의장국인 아일랜드의 버티 아헌 총리조차 헌법안이 통과될 확률을 50 대 50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각국의 입장차를 조율해 유럽연합 헌법 초안을 통과시킨 일등공신은 전 프랑스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사진)이다. 그는 1974년 ‘숙적’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당수를 꺾고 퐁피두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1981년 미테랑과의 재대결에서 참패한 뒤 야인으로 돌아간 그에게 유럽연합 헌법 초안 작업의 대임이 맡겨진 것은 약 2년 전. 유럽 정계의 존경받는 원로로서 그는 회원국 수만큼이나 다양한 입장 차를 조율해 이번 헌법 마련을 성사시켰다. 그는 헌법을 통과시킨 브뤼셀 정상회담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아메리카 합중국을 탄생시킨 ‘필라델피아 회의’에 비견한 바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