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섹스와 이라크 인질 비디오
  • 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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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콘서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젊은 남녀가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관중을 바라보며 ‘라이브 섹스’를 벌입니다. 가수와 밴드는 연주를 계속하고 관중은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합니다. 지난 7월6일 노르웨이에서 열린 한 음악 축제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입니다.

노르웨이 언론 아프텐포스텐에 따르면, 문제의 두 남녀, 토미 홀 엘링슨(28)과 레오나 요한슨(21)은 환경단체인 ‘숲을 위한 섹스’ 회원인데, 대중으로 하여금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는 열대 우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전대미문의 라이브 섹스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두 남녀는 환경 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에 대해 개방적인 노르웨이 사람들도 이번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와 사진을 보며 이라크 인질 비디오가 떠오른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이라크 무장 세력들도 외세로부터의 독립과 자유라는 ‘고귀한 명분’을 내세웁니다. 무대 위에서 섹스를 한 두 남녀에게도 열대 우림을 구해야 한다는 지상 명제가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인질로 하는 이라크 무장 세력이나, 성을 수단화하는 노르웨이의 두 남녀는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9·11 테러가 ‘비대칭 전쟁’ 시대를 열었다고 합니다. 일인이 만인과 싸울 수 있는 시대, 그리하여 만인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세상입니다. 핵이나 대량살상무기가 없어도 전쟁이 가능합니다. 이라크 저항 세력은 인질 비디오를, 노르웨이의 환경운동가는 포르노 사이트와 대중 앞에서의 라이브 섹스를 무기화합니다.

거룩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대칭 전쟁이 도처에서 발발합니다. 목적과 수단이 비대칭일 때 비대칭 전쟁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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