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잡는 '진실의 손'
  • 권은중 기자 ()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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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규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 "가해자들의 참회 어린 증언 기대한다"

독재와 맞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신원(伸寃)을책임지는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양승규 위원장(카톨릭대 명예교수)은 최근 기도 시간이 길어졌다. 그는 국가가 저지른 반인륜적인 범죄를 밝히는 힘은정밀한 조사가 아니라 국민의 올바른 역사 의식과 가해자의 참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위원회가 의문사 유가족들이 1998년 11월부터 4백22일 동안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인 끝에 얻어낸소중한 결실인지라 그의 기도는 더욱 간절하다.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조사관들의열의는 뜨겁지만 위원회에 주어진 실제적인 힘은 미미하다. 우선 이 위원회는 수사권이 없는 데다 조사 기간도 길어야 9개월이다. 일부 사건은 수사 책임자가 사망할 정도로 시간이 흘러버렸다. 당연히 증거 수집과 증인 조사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양위원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모델로 해서 만든 이 위원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4백일을 찬바닥에서 지새며 이 법을 통과시킨유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서,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 위원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위원회의 당위성과 도덕성을 국민이 이해한다면 모든어려움을 손쉽게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 의문사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대충 넘어가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적극적이어서 위원회가 진실을 밝혀낼 수있을 것으로 그는 낙관한다.

양위원장은 가해자들에게도 참회하고 화해의 장으로 나오라고 권했다. 이럴 경우 가해자에게 죄과를 묻기는커녕 역사를 바로잡는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11월2일까지진정을 받아 의문사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있다. 지난해10월17일 발족한 이위원회에는 12월28일현재 의문의 죽음을 조사해 달라는 진정 64건이 접수되었다. 당초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예상한 44건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여기에는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다가 숨진 최종길 서울대교수, 1975년등산길에서 숨진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씨등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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