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변 당한 '누드의 항변'/미술교사 김인규씨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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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나체 사진 공개 후 긴급 체포→영장 기각


여기는 개인의 예술 사이트이지만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이의가 있으니 학생들은 입장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누드 사진을 올렸다가 체포된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중학교 김인규 교사의 개인 홈페이지(home.megapass.co.kr/∼kig8142)에는 이런 경고 문구가 쓰여 있다.




미술 교사인 김씨는 학부모들이 김씨의 행위를 문제 삼은 지 열흘 만인 지난 5월26일 긴급 체포되었다. 대전지검은 이튿날 '음란물 적시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씨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대전지법 홍성지원 최기영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다.


김교사가 사진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9월. 늦둥이를 가져 배가 부른 아내와 함께 완전 나체로 찍은 사진이다.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지난 5월16일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으나 김교사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곧바로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개인 홈페이지이지만 청소년이 볼 수 없도록 경고나 잠금 장치를 하지 않아 노출될 우려가 크므로 사법 처리가 불가피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학부모들의 '분노'에 대한 해명 글을 올려 놓았다. 자신의 성기와 아내의 체모를 지운 항의성 사진(아래)도 곁들였다. 김교사는 아내의 체모와 자신의 성기가 완전히 노출된 사진에 대해 이렇게 작품 설명을 붙여 놓았다. '대다수 우리의 몸은 신데렐라가 되지 못한다. 그것이 어쨌다는 것인가? 이미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닌가.'


김씨는 자신의 사진은 포르노와 정반대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상품화한 미의 기준에 따라 신체를 왜곡하는 데 반대해 있는 그대로의 신체를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의 품위를 해친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신체를 생활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성을 왜곡하게 되는 출발점'이라고 항변하고, 사이버 공간은 자신과 같이 오지에 있는 예술가에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라며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문화계는 김교사의 행위보다, 신속한 사법처리 과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신체를 온전히 인정하자는 한 예술가의 외침은, 그 예술가가 교사라는 이유로 더 불온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최진욱 교수(추계예술대학·화가)는 "과연 선생님 부부의 벗은 모습을 보는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해로운가? 그 놀라움은 나쁜 놀라움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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