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 되어버린 남북 합작 고양이
  • 고재열 기자 (scoop@e-sisa.co.kr)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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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정부가 목이 탄 모양이다. 지난 6월6일 현충일 기념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김위원장에게 답방 시기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대북 투자 사업을 벌인 기업들도 김위원장의 답방에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경쟁하듯 시작한 대북 사업이 대부분 소강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위원장의 답방과 남북 경제협력 재개를 애타게 기다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딩가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남한의 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다.


두 회사는 남한의 기획력과 북한의 기술력을 결합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을 해보자며 지난 1월 '게으른 고양이 딩가'(www.mydinga.com)를 공동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인건비도 싸기 때문에 이 사업은 꽤나 전망이 밝아 보였다.


하지만 남북 경협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 사업도 발목이 잡혔다. 하나로통신은 캐릭터 상품까지 만들 계획을 세우고 서두르고 있지만 공동 제작에 합의한 이후로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캐릭터와 프롤로그 부분만이 네티즌에게 공개되었을 뿐 '게으른 고양이 딩가'는 계속 낮잠만 자고 있다.


'게으른 고양이 딩가' 사이트에는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과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딩가를 호시탐탐 괴롭히는 개 푸코는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면 반드시 보복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개라고 굳게 믿는다.


'게으른 고양이'가 아니라 '부지런한 고양이'라고 했다면 딩가의 운명이 달라졌을까? 아무튼 당분간 푸코가 심술을 부리는 동안 딩가는 계속 낮잠을 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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