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장사’ 나선 시민단체의 비애
  • 고재열 기자 (scoop@e-sisa.co.kr)
  • 승인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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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빠지면서 시민단체들의 재정 상황이 극도로 나빠졌다. 특히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무실을 옮기는 시민단체가 많다. 사무실을 옮기는 경우 대부분 외진 곳으로 가거나 규모를 줄인다. 이제 서울 사대문 안에 사무실을 갖는 것은 시민단체들에게 꿈 같은 일이 되었을 정도이다.



시민단체 맏형 격인 경실련도 재정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당장 내쫓길 처지에 있는 경실련은 건물주가 단전·단수 조처까지 취하려고 해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지난 12월27일 재정 위기를 보다 못한 경실련의 상근 활동가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이 택한 것은 바로 술장사. 시민단체들의 짭짤한 ‘겨울걷이’로 자리잡은 재정 마련 일일 호프집(사진)을 연 것이다.
이 날 열린 일일 호프집에는 상근 활동가로 구성된 노래패 ‘물꼬’가 돈줄이 풀리기를 기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이 날 시민단체가 재정 마련을 위해 연 주점인 줄 모르고 왔다가 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뜻 있는 과음’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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