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신총장만인가. 현정권에서 비리를 저지르거나 스캔들에 연루된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너무나 결백하기에’ 또는 ‘나를 믿고 따르는 조직을 위해’ 결코 물러날 수 없다고 버텼다. 물론 부패방지위원장 내정자였던 김성남 변호사 같은 예외도 있었다. 위(청와대)에서 압력을 넣기도 전에 사퇴를 결심한 그가 내세운 이유는 ‘막 출범하는 위원회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면서 오래 매달리기를 하는 체력장 수험생처럼, 모든 구명 수단을 다 동원해 자리를 보전하려고 애썼다. 조직과 개인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그렇듯 버티기 시합에 매달리는 동안 그들이 몸 담은 조직은 더 망가지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뿐이다. 검찰은 그 대표적인 경우였다. 신총장은 검찰 안에서 완전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었고, 이미 위기에 처했던 검찰은 국민의 신망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무릇 공직에 몸 담은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도덕적 잣대를 가져야 한다.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깐깐한 기준을 자신에게 들이대고 누구보다도 상황에 민감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공직이다. 조선조 시절 대학자인 퇴계 이 황은 수십 차례 물러나기를 청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국민의 눈으로나 상식의 잣대로나 속히 물러나기를 자청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항변하고 반발하는 희한한 세태. 공직자의 도덕 불감증이 이제 ‘당당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