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서울, 비정한 서울
  • 서명숙 (sms@sisapress.com)
  • 승인 200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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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세계화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참 낯설게 느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종일 거리를 쏘다녀도 이태원 같은 특정 지구가 아닌 한 외국인을 만나기란 가뭄의 콩나기였다.





하지만 이제 ‘국제 도시 서울’이라는 개념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다. 외국인이 서울 인구의 1%나 차지하게 되었고, 그들이 가진 재산만도 1조를 넘는다.


자연히 거리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지지난해부터 출근길에 검은 피부색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키가 작은 외국인을 여럿 마주치게 되었다. 갈수록 그 숫자도 늘어나는 것 같다. 집 근처 마치코바(소규모 철공소)들에서 일하는 제3세계 사람들이란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얼굴이 하얗고 키가 멀대처럼 큰 청년들도 더러 눈에 띈다. 동네 가게 주인에게 물었더니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한국 파송을 자원한 선교사들이란다.



이번 커버 스토리(52∼59쪽) ‘국제 도시 서울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각양각색의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각기 다른 빛깔의 삶을 꾸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이 기사를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서울은 외국인에게 두 얼굴의 이미지를 지닌 도시란다.



얼마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전하기로 철석같이 약속한 용산 미군기지 내에 미군 아파트를 짓기 위해 여야 정치권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들에게 서울은 그야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다. 반면, 가혹한 노동 끝에 산재를 당하고 불법 체류로 고발까지 당하는 제3세계 사람들에게 서울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서울은 과연 규모와 수치만큼 국제화한 곳인가. 이번 커버 스토리를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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