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으로
  • 차형석 기자 ()
  • 승인 2003.03.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양 섹스 비디오에 빠진 한국은 ‘관음증 사회’



한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키운 것은 8할이 관음증이다. ‘○양 비디오’가 뜰 때마다 네티즌은 열병에 걸린 듯 ‘야동’(야한 동영상)을 찾느라 밤을 새웠다. 이번에는 ‘H양’이다.



지난 3월6일 한 스포츠 신문의 보도가 도화선이었다. 이 신문은 ‘H양 섹스 비디오를 서울 강남 지역의 극소수 사람들이 CD에 담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엠파스 검색팀에 따르면, 보도 이후 검색어 순위 2백위 안에 올라온 H양 관련 검색어는 6개에 달했다(H양, h양, H양 비디오, H양비디오, h양 비디오, h양비디오). 네티즌들은 대문자로 검색했다가 소문자로 검색하고, 띄어쓰기를 해서 검색했다가, 다시 붙여서 검색했다. 집요했다.



덩달아 ‘H’ 머리 글자를 가진 여성 연예인 검색 횟수도 늘어났다. 인터넷을 ‘음란의 바다’로 만든 데는 음란업자들도 한몫 했다. 업자들은 대목이라도 맞은 듯 ‘H양’ 이름을 붙인 스팸 메일을 무작위로 살포했다.
○양 비디오가 유포될 때마다 당사자들은 죄인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관음증 사회를 꼬집는 네티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보도를 했던 스포츠 신문사는 자유 게시판을 폐쇄할 정도로 네티즌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네티즌 5천여 명이 모인 커뮤니티 ‘h양 비디오 대책위’는 “한국의 폐쇄적이고 이중적인 성문화에서 한 여성은 철저하게 유린되었고 스포츠 신문과 방송들만 이익을 보았다”라며 선정적인 보도에 대해 경고했다.



한국의 인터넷을 키운 8할이 관음증이라면 2할은 게시판 문화이다. 이른바 리플 문화. 지난 3월9일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 이후 대검찰청과 법무부 홈페이지는 자유 게시판에 접속하려는 네티즌들이 폭주해 ‘동맥경화 현상’을 겪었다. 법무부와 대검 홈페이지에 네티즌이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방 검찰청 홈페이지에는 자유 게시판이 아예 없기 때문이었다. 네티즌이 쓴소리를 하려 해도 의견을 개진할 게시판이 없는 지검 홈페이지들.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평검사들만이 아니었다.


3월 첫째 주 급상승 키워드 10


1.H양

2.검찰청

3.진대제

4.화이트데이

5.예비군

6.마라톤

7.예은이네

8.성현아

9.헬리코박터

10.마인드맵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