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쏟아진 쌀, 쌀, 쌀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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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협상 막바지 진입, 농민 불만 폭발…농업 구조조정밖에 대안 없어
쌀시장 개방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6천여 명은 12월20일 트럭 3천4백대에 나누어 타고 ‘쌀 협상 무효,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서울 시내 교통 중심지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농민시위대는 용산역 광장, 신정동 신트리공원, 서대문 독립공원, 청량리역 광장에서 시위한 뒤 여의도 문화마당에 집결했다. 농민들은 쌀 수입을 금지하고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쌀 협상 결과를 12월22~23일 국회 소관 위원회에 통보하고 대외경제장관회의 검토를 거쳐 12월2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결정된 협상 결과에 따르면, 쌀 시장 전면 개방은 10년 후로 늦추어진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이 해마다 2만t씩 늘어난다. 의무 수입 물량이 전체 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4%에서 2014년 8%까지 올라간다. 내년에 수입하는 쌀(22만6천t) 가운데 10% 가량은 할인점이나 편의점에서 팔린다. 외국산 쌀 시판 비율은 2010년 30%까지 늘어난다. 내년 2만3천t에서 2014년에는 12만3천t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회의는 2007년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도하개발어젠다(DDA)이다. 이 협상 결과에 따라 전면 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고율 관세를 매겨 쌀 시장 개방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 연구위원은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쌀 시장을 개방(관세화)하면 쌀 재배 면적은 올해 100만 ha에서 2014년 70만~79만ha, 쌀 가격은 80kg 한 가마에 15만9천원에서 10만6천~13만8천 원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쌀 생산에 따른 총소득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3조~4조7천억 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

관세 상한선 150% 되면 ‘최악’

최악의 상황은 DDA 협상 결과 관세 상한선이 150%로 정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협상 결과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내년에 수입하는 쌀에 대해 390~43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 상한선이 정해져 국내 쌀 가격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외국산 쌀이 들어오면 국내 쌀 시장이 빠르게 잠식될 수밖에 없다.

쌀 시장 개방 폭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쌀 시장 개방을 거부할 명분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쌀 시장 전면 개방을 10년 늦추었다고 해도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 피할 수 없는 농업 구조 조정이라는 과제를 미룬 것에 불과하다. 협상 과정과 함께 협상 결과가 한국 농업에 미칠 영향을 솔직하게 농민에게 알리고 농업 구조 조정 작업을 추진하는 리더십이 정부에 요구된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일본이 농민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면서 쌀 재배 농가를 줄이고 쌀의 품질 경쟁력을 높여 쌀 시장 개방에 적극 대응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지 않을까.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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