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상품 ‘투자 5계명’
  • 박정일 ((제일은행수신상품팀팀장))
  • 승인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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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채권 펀드 상품마저 SK글로벌의 회계 분식 여파로 환매가 일부 중지되는 등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투자의 세계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이 철저히 적용되는 시장으로서 이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펀드 상품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과 환매 시기 등에 대해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은행에 예금한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은행에 돈이 들어간 시점부터 예금주의 돈이 아니라 은행 돈이 되어 은행이 마음대로 활용한다. 대신에 은행은 고객에게 당초 약정한 금리로 계산한 이자와 원금 100%(단 인덱스 예금의 경우 중도 해지시 일부 예외)를 지급하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은행이 예금의 일부로 SK글로벌 채권 등에 투자해 손해를 보았을 경우에도 그것은 전적으로 은행의 책임이며 고객은 손해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에 제2 금융권의 펀드 상품에 투자하면 금융기관은 그 자금을 주로 유가증권(주식·채권 등)에 투자한다. 그러나 운용 실적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고객이 진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은 투자자 대신 종목을 골라 사주고 팔아줄 뿐이다. 따라서 운용 실적에 따라 이자(배당)는 물론 원금이 될 가능성도 있다.
펀드 매니저라고 하면 흔히 증권 쪽을 떠올리지만, 채권 펀드 매니저도 있다. 주식형 펀드는 물론이고 채권형 펀드 역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제시 수익률을 보고 결정했다면 채권 시가 평가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은 투자신탁사의 운용 능력을 따져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펀드에 가입할 때에는 반드시 창구 직원들에게 펀드 매니저의 과거 실적 등을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이때 펀드 매니저들이 기록한 최고 수익률만 보지 말고 실패한 경력, 즉 낮은 수익률도 함께 따져보아야 한다.
펀드를 평가할 때 요점은 두 가지다. 편입한 채권의 신용 등급이 낮고 수익률이 높다면 이는 투기성 펀드다. 또 신용 등급이 높은 채권인데 수익률도 높다면 이는 운용 회사의 운용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전에 펀드 운용 계획과 펀드 명세서를 일일이 따져보고 가입하라.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가입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설명서나 약관의 내용에는 해당 상품 운용 내용 및 방법, 신탁 약관이 정하는 사항, 투자 대상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창구에서 고객이 완벽하게 이해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약관 내용을 쉽게 설명한 요약서를 따로 준다. 이것을 반드시 챙겨서 읽어 보아야 한다. 유의할 점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약관이지 상품 설명서 등은 투자자들에게 약관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자료일 뿐이므로 애매한 부분은 상호 비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은 SK글로벌의 채권이나 CP(기업어음)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라. 만약 들어 있다면 조처를 취해야 하지만, 이 경우 투자자의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 최근의 한 예를 보면, 펀드 금액 중 SK글로벌 채권의 편입 비율이 10%라면 투자자의 경우 펀드 투자 자금에서 5% 안팎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물론 SK글로벌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부분이 아닌 나머지 금액은 금융기관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으나 언제든지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환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특히 국·공채나 통화안정채권이 많이 편입된 펀드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가격이 폭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 시장을 주시하면서 서서히 환매 여부를 결정하라.
재테크 문의·상담 pjil@kf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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