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자르고 액션은 키우고…
  • 김봉석 (영화 평론가) ()
  • 승인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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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은 너무나 유명하다. 속편은 필연적으로 전편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얼마 전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경우도 그렇다. <매트릭스>가 주었던 충격을 기대하고 속편을 보러 가면 반드시 실망한다. 전편의 충격만큼을 속편에서 또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대부 2> 같은 예외는 있지만.

다행히 솟아날 구멍이 있기는 하다. ‘속편의 제왕’인 제임스 카메론은 SF 스릴러의 걸작 <에이리언> 속편을 연출하면서, 전편과 달리 SF 전쟁물로 방향을 틀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터미네이터 2>도 속편이 성공한 대표적인 영화이다. <터미네이터 2>가 성공한 요인은 전작이 저예산 영화여서 제한이 많았던 액션 장면들을 마음껏 구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 3>의 과제는 분명해진다. 바로 전작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은 감독은 <브레이크 다운> 을 만들었던 조너선 모스토우다.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중간 규모 액션과 스릴러 영화로는 꽤 인정받은 작품이다. 조너선 모스토우는 절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작품의 성격에 맞는 연출을 솜씨 좋게 구사하는 장인형 감독이다. <터미네이터 3>에서 그는 하나에만 집중한다. 관객이 기억하는 ‘터미네이터’의 묵중한 액션을 살려내는 일.

존 코너(닉 스탈)를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온 새로운 터미네이터 T-X(크리스티나 로켄)가 모는 대형 크레인에, 존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온 구형 터미네이터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매달린다. T-X는 크레인을 휘둘러 T-800을 떨어뜨리려 한다. 지나가던 구급차에, 가로등에, 도로변 건물들에 T-800은 정신없이 부딪친다.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쓰러지고 부서지고 엉망진창이 된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의 우아하고 섬세한 추격전에 비한다면, <터미네이터 3>은 코뿔소의 돌진을 보는 것처럼 우악스럽다. 그것이 바로 조너선 모스토우가 <터미네이터 3>을 다룬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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