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 정수 담은 <코리안 아트 북> 시리즈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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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도록 <코리안 아트 북> 시리즈/문고판 크기에 꼼꼼한 해설 곁들여
미술 전문 출판에 전에 없던 이정표 하나가 우뚝 선다. 1983년 한국 미술 도록 〈국보〉 시리즈를 펴내어 미술 사학계는 물론 국내외 한국학 관련자들에게 관심을 모았던 도서출판 예경이 17년 만에 미술 도록 분야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기념비적인 출판물을 선보인 것이다.

출판물의 이름은 ‘코리안 아트 북’ 시리즈. 불상•도자기•그림•석조•공예•서예•고건축 등 한국 미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이 시리즈는 최근 1차분(전 7권)이 나온 데 이어 내년까지 모두 18권짜리 대형 기획으로 이어진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지금까지 보아온 크고 호화롭게 장정한 도록류와 달리, 책 크기가 손에 딱 들어올 정도(130×170㎜)로 작고, 장정도 조촐해 문고판에 가깝다. 이 시리즈의 첫째 가는 미덕은 오히려 이처럼 작다는 데 있다. ‘미술 도록은 전문가용’이라는 상식을 깨고 누구나 부담 없이 책을 펼쳐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책이 작다고 시리즈 전체 수준을 얕잡아 보았다가는 큰코다친다. 이 시리즈에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소장 미술 사학자들이 해당 분야의 집필에 두루 참여했다. 예컨대 ‘백자•분청사기 1•2편’(시리즈 4•5권)은 호암미술관 부관장이며 전시 기획자•도예사 연구가로 이름 높은 김재열씨가 집필을 맡았다. ‘민화 1•2편’(시리즈 6•7권)은 민화 연구가로 책을 여러 권 펴낸 윤열수씨(가천미술관 학예실장)가 해설과 도판 설명을 썼다.

이 밖의 다른 책들도 나름으로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집필했다. 요컨대 이 시리즈는 신세대 미술사가들이 50년에 걸친 한국 미술사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새롭게 정리한 ‘2000년대판 한국 미술 문고’인 셈이다.

한 권 한 권마다에는 분야 별로 시대를 대표하는 2백여 점의 작품 설명이 도판과 함께 실려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해설도 빠지지 않는다. 초입에서 ‘한국의 불상’ ‘조선 도자기의 운명’ 등으로 일단 해당 분야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고, 단락마다 시대•재료•기법•화제별 특징을 묘사한 뒤에야 비로소 작품 감상으로 안내한다.

이처럼 서술 방식을 박물관 또는 미술관 관람 순서와 비슷하게 꾸민 데에는 이 시리즈의 최종 편집자이기도 한 예경 한병하 사장의 세심한 배려와 희망이 깔려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펼쳐 보면서 한국 미술품으로부터 잔잔한 감동을 느껴 달라’는 일종의 주문이기도 한 셈이다.

마음먹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시리즈에 하필이면 왜 영어로 제목을 달았을까. ‘한국 미술은 우리 한국인의 것일 뿐 아니라 세계인이 공유해야 할 인류 공동의 문화 유산이기 때문’이라고 출판사측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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