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악마의 문화사><용, 불멸의 신화>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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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은 종교의 주제이자 신학의 주제였으며, 아울러 철학의 주제였다. 다시 말해 선악은 인간의 주제였다. 황금가지가 펴낸 〈악마의 문화사〉는 이처럼 인간이 가진 두 얼굴을 서양 문명사의 시각에서 그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터 바버라 분교의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일찍이 1977년부터 악마 연구를 시작했다. 〈악마〉 〈사탄〉 〈루시퍼〉 〈메피스토펠레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이 책들의 내용을 종합한 ‘악마의 문화사’이다.

지은이는 악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가 도덕적인 악이며, 두번째는 암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 현상’의 결과이다. 세번째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신이 만든 우주에서라면 있을 수밖에 없는 불완전성을 가리킨다. 이 책은 다양한 형태의 악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어떻게 인격화해 나타나는지를 설명한다. 예컨대 구약 <성경>의 악마는 자비롭지만 그림자를 갖고 있는 신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서양의 중세에 악마는 사탄의 이름으로 더욱 악명을 떨쳤으며, 18세기 회의론자들에게 악마는 기독교 신앙의 우매함을 드러내는 한 가지 예였다.

이 책은 악마에 대한 이같은 역사적 궤적과 함께, 셰익스피어·밀턴·트웨인·도스토예프스키 등 서양이 자랑하는 대문호들의 작품을 통해 ‘수십 개의 이름을 가진’ 악마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동양에 귀신이 있었듯이 서양에는 악마가 있었다. 그리고 악마에 대한 논의는 인간이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질 듯하다. 호랑이를 소재로 하여 〈한국 호랑이〉 〈산신도〉를 펴낸 윤열수씨(가천박물관 학예실장)가 ‘용의 해’를 맞아 용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대원사가 최근 펴낸 〈용(龍), 불멸의 신화〉이다. 지은이는 ‘호랑이 하나만으로는 우리 문화의 기저(基底)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상상 속의 짐승’인 용이 어디에서 탄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생활 의식과 예술 세계에 깊이 스며들게 되었는지를 꼼꼼하게 짚어 간다. 지은이의 설명에 따르면, 용은 뱀·토테미즘·자연 현상(예컨대 저기압성 폭풍)이 만든 합작품이다.

지은이는 때로는 회화·조각·공예품·도자기를 통해 용의 생김새를 요모조모 뜯어보기도 하고,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같은 역사서를 뒤지며 용의 자취를 더듬기도 한다. 또 이 책은 민간 신앙이나 민속놀이, 민담을 통해 옛 사람의 용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지은이가 이처럼 수십 년간 발로 뛰며 보고 들은 용은 ‘호랑이와 더불어 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결코 호랑이와 더불어 한데 묶어 말할 수 없는’한국 문화의 한 표상이다. 호랑이가 서민을 대변하는 기층 문화의 핵심 소재였다면, 용은 왕이나 황제로서 서민층보다는 지배 계층의 전유물이 되는 권위의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용의 얼굴’이 모두 2백40여 컷 ‘불멸의 신화’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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