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바우만 감독 <엑스 파일>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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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바우만 감독의 <엑스 파일>/일반인은 만족, 마니아는 불만
93년 10월 미국에서 처음 방영된 이래 열렬한 추종자들을 거느리며 컬트 드라마의 전형이 된 <엑스 파일>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엑스 파일(X-files)은 정부가 일반인에게 발표할 수 없는 극비 사건이나 프로젝트를 모아 놓은 서류를 이르는 용어. 시나리오를 복사 방지 용지에 쓰는 등 개봉 전까지 줄거리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 마니아들을 애타게 만들었던 <엑스 파일>(연출 롭 바우만)은 미국에서 6월19일 개봉되어 첫주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엑스 파일>의 틀거리는 공상 과학 영화의 전형적인 구도와 다를 바 없다.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 그들과 밀약을 맺은 정부(혹은 거대 산업 자본), 외계의 음모로 인해 영문 모른 채 희생당하는 사람들과 사명감을 가진 주인공의 활약은 SF 영화의 공식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알 듯 모를 듯 여지를 남겨 놓는 연출 기법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매력의 원천은 모호함. 외계인의 존재는 암시되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연방수사국 요원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의 아슬아슬한 관계도 매력을 증폭시켰다. 멀더는 ‘진실은 외부 어딘가에 있다’고 되뇌며 육감에 따라 수사를 하는 직관형이며, 스컬리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만을 믿는 합리파. PC통신에서는 두 사람이 키스하게 될까 아닐까를 놓고 내기를 걸 만큼 둘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얘깃거리였다. 과연 스크린에서도 그 매력이 살아날까?

결론은 과도한 친절이 작품의 매력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마니아와 일반 관객을 고루 겨냥한 듯한 이 작품은 텔레비전 시리즈의 인기를 떠받쳤던 요소들을 빠짐없이 기워 놓아 ‘<엑스 파일>이 뭐기에’ 하고 궁금해 하는 일반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버전 업’을 기대했던 마니아들은 ‘내 <엑스 파일> 돌리도’라고 불만을 터뜨릴 법하다. 세부 묘사가 너무 꼼꼼한 나머지 생기를 잃어 버린 인물화처럼, 친절한 설명이 특유의 신비스러움을 벗겨 버린 것이다. 덩지가 커진 탓인지 짜임새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비밀 결사 조직의 표적이 된 멀더와 그 때문에 위기에 처한 스컬리의 동료애가 애정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양론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 외계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는 장면이나, ‘독벌이 나는 옥수수밭’과 남극의 거대한 비밀 기지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여느 스릴러 영화 못지않은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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