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없다> 펴낸 유태영 교수
  • 吳允鉉 기자 ()
  • 승인 1996.01.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 체험서 <천재는 없다> 펴낸 유태영 교수/이스라엘 사례 소개
우리나라 교육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가난한 머슴의 아들을 대학 교수 지위에 올려놓는 힘이 있는가 하면, 멀쩡한 청소년에게 대입 낙방이라는 굴레를 씌워 자살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유태영 교수(건국대·농업사회학)가 펴낸 <천재는 없다>(성현출판사)는 교육의 어두운 마력을 거두어 내려는 작은 노력이다. 이스라엘 교육 제도의 우수함을 생생히 소개함으로써 무조건 ‘공부 잘해야 성공한다’고 다그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은 딱딱한 교육 지침서만은 아니다. 그가 이스라엘에서 학생으로, 교수로, 그리고 학부모로서 7년간 살면서 보고 겪은 일을 꼼꼼히 기록하여 한국 실상과 비교한 교육 체험서이다.

유교수는 이스라엘 교육의 특징을 한마디로 ‘천재를 키우지 않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오로지 창의력과 지혜와 바른 인성을 키워주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체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치원 어린이들은 한국의 유치원 어린이들처럼 글자나 숫자를 알지 못한다. 대신 그림 그리기·만들기·노래 부르기·재미있게 놀기에 빠져있다. 그것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색깔’을 일찍 찾아주기 위해 인성 교육부터 먼저 하기 때문이다.

유교수는 이스라엘 교육을 ‘재개발 교육’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의 값은 같지만 색채는 다르다. 그 색채를 찾아주는 것이 이스라엘 교육이다.” 때문에 이스라엘 교육은 공부 잘하는 어린이보다는 지능이 뒤떨어지는 어린이에게서 다른 재능을 찾는 데 골몰한다. 교사나 부모 들도 어린이들의 우수성을 평가할 때 성적보다 용감성·봉사 정신·인간성을 우선으로 본다.

사실 유교수 자신도 재개발된 사람이다.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교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가 덴마크로 유학을 간 이야기는 꿈 같다. 구두닦이·신문 배달·빨랫비누 장사를 하며 근근히 대학을 다니던 그는, 덴마크 국왕에게 ‘선진화한 당신 나라 농업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편지를 썼다. 주소를 몰라 봉투에다가 ‘덴마크 코펜하겐 프레드릭 9세 국왕 귀하’라고만 써서 부쳤는데 놀랍게도 40여일 만에 덴마크 왕실로부터 답장이 왔다.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덴마크에 유학한 뒤 다시 이스라엘에 유학해 박사 학위까지 따냈다.

유교수는 “이스라엘 어머니처럼 우리 어머니도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지 말고 ‘무엇을 물었느냐’고 물어야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가정에서 펼 수 있는 인성 교육 방법 몇 가지를 제시했다. ‘남과 다르게 되라고 가르쳐라, 일기와 용돈 사용 계획서·지출 내역서를 쓰게 해라, 여행을 시켜라, 어린 아이일 경우 잠자기 전에 설화나 가족과 이웃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