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일본 보고서> <일본 대중문화 베끼기>
  • (成宇濟 기자)
  • 승인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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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돋보기’ 보기 드문 개론서

일본 대중 문화가 개방되면서 올 한해 출판계에는 ‘일본 특수’가 일었다. 올해의 책들은 ‘일본은 있다, 없다’류의 감정적이고 피상적인 소개를 넘어선 객관적인 일본 읽기로 호평을 받았다.

<일본 보고서>는 오늘날 일본의 모습을 정치·경제·산업·사회 분야로 나누어 분석한 일본 개론서이다. 일본 연구 전문 기관으로 자리잡은 신한종합연구소가 지난 10년간 축적해 온 연구 성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꾸몄다.

이 책의 미덕은, 오늘의 일본을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일본 정치의 메커니즘을 ‘정당·재계·관료의 주고받기식 공생 관계’로 분석하는가 하면, 일본을 움직이는 실력자들의 이력을 일목 요연하게 소개하고, 일본 정치의 상징인 파벌 정치의 과거와 현재, 정치 자금 문제 등을 다루었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일본 경제의 현실을 진단한 대목이다. 일본 경제가 91년 이후 내리막길을 달린 원인을 진단하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이 역전된 근본적인 이유를 ‘개미와 베짱이’에 비유해 따져 보기도 했다.

일본 사회 각 분야의 21세기를 예측하는 등 <일본 보고서>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일본 개론서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문화 부문을 너무 간결하게 언급해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일본 따라하기’ 신랄한 고발장

일본 대중 문화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토론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개방이 옳은가, 그른가’ 같은 논의는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그 논의는 무의미했다. 개방을 선언하기도 전에 일본 대중 문화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빗장을 걸고, 뒤로는 허겁지겁 받아들이기에 바빴던 것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영화평론가 양윤모씨 등 8명의 글이 실린 <일본 대중 문화 베끼기>는, 지난 30년간 한국이 일본 대중 문화를 수용한 양상을 분야 별로 정밀하게 분석한 보고서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도정일 교수(경희대·영문학)는 ‘우리 사회가 일본 대중 문화에 취해 온 태도는 이중성과 위선 그 자체다’라고 규정했다. 매체 종사자들의 파렴치한 베끼기에 의해 시장은 이미 잠식될 대로 잠식되어 있고, 그것은 지난 30년간 한국 대중 문화의 생산력을 옭아매고 창의력을 질식시키는 데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것 베끼기’를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침묵·비호·은폐가 조장되거나 강요되어 왔다. 이 책은 베끼기 사례들을 청소년 문화·영화·방송·신문·광고·만화·애니메이션·대중 음악·패션 등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베끼기의 부패 구조’ 고발장인 셈이다. 풍성한 자료 사진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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