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에드워드 양 감독<하나 그리고 둘>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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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고령가 살인 사건>을 발표했을 때 에드워드 양(53)은 허 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타이완 뉴웨이브의 대표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한동안 주춤했던 그는 <하나 그리고 둘>을 들고 오랜만에 칸을 찾았고, 칸은 그에게 감독상을 안겼다. 이 작품은 <공포분자>(1986년) <고령가 살인사건>(1991년)과 함께 ‘타이완 3부작’으로 불린다.

결혼식에서 시작되어 장례식으로 끝이 나는 <하나 그리고 둘>은, 한 대가족을 통해 고단한 부모와 좌충우돌하는 자식 세대의 초상을 그려낸다. 주인공은 컴퓨터 회사 간부인 중년 남자 NJ와 아내 밍밍이다. NJ의 처남은 ‘속도위반’으로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린다. 식장은 불쑥 찾아온 처남의 옛 애인 때문에 소란스러워지고, 바로 그 곳에서 NJ도 옛 애인과 마주친다.

이 영화에 따르면, 인생은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일의 연속이다. 일본에 출장 간 NJ는 옛 애인과 재회한다. 돈 때문에 그를 버린 옛 애인은 “이제는 사랑이 중요한 걸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NJ는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타이완으로 돌아온다. 순진한 딸 정정은 자신의 친구 리리가 차버린 남자 패티와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가 있고, 게다가 리리의 선생님을 살해해 정정을 경악시킨다. 살해된 교사는 리리의 모녀와 동시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

감독의 체취는 NJ를 통해 묻어 나오지만 어린 아들 양양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양양은 이 모든 소란으로부터 비켜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사람의 뒷 모습, 모기 등 사소한 것을 찍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리고는 천연스런 표정으로 ‘안보이는 걸 보여주려고요.’ ‘진실은 절반밖에 볼 수 없는 건가요?’ 와 같은 말을 주워섬긴다. 어린 양양은 에드워드 양의 천진한 분신이다.

이 영화의 얼개는 <아메리칸 뷰티>와 닮아 있다. 끊임없이 뒤통수를 치는 것이나, 카메라를 들고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나서는 폼이 그렇다. <아메리칸 뷰티>는 가족 드라마의 틀을 빌려 미국 중산층의 삶을 풍자했지만, 에드워드 양은 보다 따뜻힌 눈길로 타이완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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