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책] 장승욱 지음〈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 이문재 편집위원 (moon@e-sisa.co.kr)
  • 승인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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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는 '인공 호흡'
빼빼로 데이, 이멜, 알바, 쭉쭉빵빵, 왕따, 내가 니 시다바리가…. 몇 년간 외국에서 살다온 한국인이라면 알아듣지 못할 말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조어를 쏟아내는 인터넷 시대에 우리말 '도사리' 한 광주리가 나왔다. 도사리가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떨어진 열매(낙과), 또는 못자리에 난 어린 잡풀이라는 뜻을 알고 있는 우리말 실력자라면 이 독특한 사전을 모른 척해도 좋다.




4년 전 〈한겨레 말모이〉를 펴냈던 우리말 연구가 장승욱씨가 최근 펴낸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하늘연못)는, 새로운 말이 태어나는 만큼 사라져가고 있는 토박이말에 대한 인공 호흡이다. 장씨는 "〈한겨레 말모이〉를 더 흥미로운 방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연관이 있는 두 토박이말을 한데 묶은 표제어 1백43개를 다섯 분야로 나누어 칼럼 형식으로 풀이하면서 2천7백여 가지 토박이말을 되살렸다.


장씨는 속담과 최신 유행어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한다. 이를테면 사이짓기로 심은 콩을 '대우콩'이라고 하는데, 이 소리를 듣고 '대우에서 콩도 만듭니까, 하면 썰렁한 농담이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비의 종류를 설명하는 대목은 판소리 같다. '안개처럼 가늘게 내리는 안개비,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는개, 는개보다는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는 이슬비….' 그러니까 우리 토박이말에 입김을 불어넣는 장씨의 인공 호흡법은 구강 대 구강법이다.


국어 선생님들이 읽어야 할 사전


지나치게 우리말만을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우리말을 우습게 여기는 것도 위험하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는 옛날 흑백 사진을 다시 보는 감회를 주는 동시에, 그동안 두고 온 고향에 대해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자책하게 한다. 이 사전은 보는 우리말 사전이 아니고 읽는 전통 문화 사전이다. 누구보다도 국어 선생님들이 곁에 두고 학생들에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 하루에 한 표제어씩 들려준다면, 그 학생들은 우리 말, 아니 전통 문화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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