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릅뜨면 눈 버린다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
  • 승인 2004.11.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컴퓨터 오래 보면 녹내장 위험 높아져…모니터 늘 보면 피로 가중
구멍이 뚫린 버스 토큰을 눈 가까이 대고 보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이같은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녹내장 환자들이다. 녹내장이란 시신경이 손상되어 차츰 시야가 좁아지다가, 완전히 시력을 잃기도 하는 안과 질환이다.

인간의 눈이 단단한 공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일정한 안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압이 높아지면 눈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시신경이 손상되기 쉬운데, 이는 녹내장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가족 중에 녹내장을 앓는 사람이 있거나,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자,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안약을 장기간 사용한 사람 등이 녹내장 위험군에 속한다.

그런데 컴퓨터 사용 시간이 많은 사람도 녹내장 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본의 도호 대학 환경 및 산업보건학과 연구진은 1만여 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사용이 녹내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이를 위해 과거 5년 동안의 하루 컴퓨터 사용 시간과 눈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하루 컴퓨터 사용 시간이 9~16시간인 사람들은 1~3시간인 사람들에 비해 녹내장 유병률이 66%나 높았다. 특히 근시인 사람들은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녹내장 발생 위험도 더 높았다. 동일한 환경에서 근시가 외부의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다는 의미이다. 평상시 편두통을 자주 앓는 사람들도 편두통 증세가 없는 사람에 비해 녹내장 유병률이 1.7배나 높았다.

기존 연구에서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기분 장애를 유발한다는 보고가 몇 차례 있었는데, 이 두 요소 모두 녹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컴퓨터 사용과 녹내장 사이의 개연성을 제시한 이번 연구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단서들이다.

한편, 정상적인 사람이 넥타이를 너무 꽉 조여서 매게 되면 눈 쪽으로 가는 혈관을 압박하여 안압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녹내장 의심 환자로 진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같은 습관이 지속되면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따라서 넥타이와 셔츠는 목을 조이지 않도록 매야 한다.

시력 지키는 마지노선은 30cm

부득이 매일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1시간에 적어도 5분 이상 눈을 모니터에서 떼어야 한다. 모니터를 눈보다 높은 위치에 놓는 것도 눈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모니터는 자연스럽게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두어야 한다. 인간의 눈은 5~6m 앞을 볼 때 가장 편안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모니터와 눈 사이의 거리는 보통 50cm 이내이다. 눈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30cm는 눈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최근 LCD 모니터 보급이 늘어나면서 과거 브라운관형 모니터 시절보다 눈의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눈에는 여전히 부담이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녹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이번 연구는, 안과 질환이 앞으로 현대인의 주요 질병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음을 예견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동안 뇌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눈은 눈꺼풀을 닫고 싶을 만큼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