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발전소 ‘마음만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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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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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비 비싸 채산성 거의 제로…행정 규제도 까다로워
개인이 전기를 만들어 팔려면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컨대 경기도 김포에 사는 김 아무개씨가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 뒤 전기를 판다고 치자. 이럴 경우 김씨는 1㎾짜리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다. 무조건 3㎾가 넘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산자부 지침에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3㎾ 이상만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어 어쩔 수가 없다(풍력은 10㎾ 이상). 문제는 설치비다. 에너지대안센터가 세운 시민발전소처럼 3천만원 안팎을 투자해야 비로소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허가제도 김씨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김씨가 자가(自家) 소비한 뒤 남은 전력을 팔 경우에는 ‘발전 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곧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함을 뜻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전력을 팔기 위해 관할 기관인 전력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돈이다. 김씨는 최소한 연회비 1백20만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전기를 팔아보았자 연간 2백58만원 안팎의 수입밖에 기대할 수 없는 김씨가 1백20만원을 회비로 낸다면 태양광 발전은 투자가 아니라 무모한 모험이다.

태양광 전기 구매 기간을 5년(5년 뒤에는 7백16.40원으로 팔 수 없다)으로 못박은 것도 김씨를 괴롭힐 수 있다. 적어도 11∼12년은 우선 구매해 주어야 설치비를 건질 수 있는데, 5년뿐이면 채산성이 제로나 마찬가지이다. ‘설치비의 30% 이상을 보조받으면 전력을 팔 수 없다’는 규정도 김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현재 정부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30% 안에서 무상 보조해 주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엄청난 설치비 부담을 덜기 어렵다.

윤순진 교수는 이런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체에너지 확산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투자비 회수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누가 모험적으로 투자하겠느냐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진호 박사는 “정부로서는 부담이 크겠지만, 멀리 내다보고 무상 보조금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일본은 정부가 50%를 무상 지원하고, 독일은 설치비를 무이자, 7년 상환 조건으로 융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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