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 길 없는 아토피 혼쭐낼 수는 있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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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와 박사, 활성산소 과잉 막아 치료…“환자 90% 효과 본다”
지난 6월 초 어느 날 오후,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 아무개씨(여·22)는 서울 신사동에 있는 김적한의원을 찾았다. 강의차 일본에서 서울에 온 니와 유키에 박사(71)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니와 박사는 오래 전에 ‘니와요법’이라는 아토피성 피부염(아토피) 치료법을 개발한 ‘일본 의학계의 반항아’이다. 그 덕에 그는 한국과 일본의 아토피 환자들에게 꽤 널리 알려져 있다. 이씨도 1년6개월 전에 일본으로 가 그에게 보름간 아토피 치료를 받았었다. 한의원은 니와 박사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이씨는 겨우 니와 박사와 만났다. 굵은 호박색 안경테를 걸친 니와 박사는 아토피로 얼룩진 이씨의 온몸 구석구석을 살핀 뒤 어떤 약을 쓰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추가로 질문을 한 다음 자신이 새로 개발한 약을 써보라고 권했다. 아주 짧은 면담이었지만 진찰실을 나오는 이씨의 얼굴은 환했다. “그동안 병이 왜 도졌는지 궁금했는데 답을 듣고, 또 새로운 약까지 소개받으니 치료에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날 니와 박사 덕에 희망을 갖게 된 환자는 이씨뿐만이 아니다. 그 가운데에는 당뇨병·간암·유방암 같은 난치병 환자도 적지 않았다. 니와 박사를 초청한 김적한의원 이진혁 원장은 “이런 풍경은 니와 박사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는 각종 난치병 치료에도 일가견이 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니와 요법이 무엇이기에 환자들이 문전성시일까.

아토피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설’이 분분하다. 그러나 니와 박사는 30년 가까이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다. 그에 따르면, 아토피의 주원인은 활성산소이다. 사람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정상 물질 가운데 하나인 활성산소는, 몸안에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녹여버리는 ‘인체 무기’이다. 문제는 이 무기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적이라는 데 있다. 즉 과로나 스트레스, 환경 오염이나 잘못된 식생활로 인해 과잉 생성되면 몸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특히 활성산소가 더 빨리, 더 많이 생성되고 있다. 주범은 자외선과 방사선, 그리고 병원에서 주는 약과 자동차 배기 가스 등이다. 특히 일상적으로 들이마시는 배기 가스는 질소산화물을 포함하고 있어 훨씬 더 위험하다. 활성산소 과잉으로 인해 암·백혈병·뇌졸중 같은 성인병과, 간염·신장염·당뇨병·백내장·기미·관절염·주근깨 같은 일반 질환이 발생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활성산소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활성산소에 대한 경계를 누그러뜨릴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지질(신체 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과 식품이나 화장품 속에 들어 있는 기름류 같은, 이중삼중 결합한 불포화지방산을 말함)을 만나 과산화지질이라는 더 흉악스러운 괴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과산화지질은 오래 작용하고, 세포 내부에 침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반면 활성산소는 인체에 악영향을 주지만, 작용 시간이 짧고 작용 부위도 세포 표면에 한정되어 있다). 때문에 피부 최상층인 각질층에 붙어 피부의 수분 보습 기능을 빼앗아 아토피를 유발한다.

그래도 아직은 걱정이 덜한데, 그것은 활성산소 분해 효소(SOD 제재)라는 도우미 덕분이다. 이 효소가 충분히 생성되는 사람은 활성산소가 많아도 아토피나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효소가 활성산소를 가차없이 분해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효소가 부족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40세가 넘으면 그 위험은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와 면역연구소 연구 자료에 따르면, 아토피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불포화지방산은 더 많고, 활성산소 분해 효소는 훨씬 더 적다.니와 박사는 바로 여기에서 해답을 찾았다. 활성산소 분해 효소 형태의 식품을 투입해, 환경 오염으로 발생한 활성산소 과잉을 막는다.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복용제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에 바르는 약이다. 복용제는 타이완에서 채집한 백학영지(白鶴靈芝=선학차)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는 루이보스 티(tea)에서 추출한 분말로 제조한다.

바르는 약은 콩·참깨·배아·율무 등을 가공 처리해서 추출한 엑기스제에 바셀린의 기초 재료를 섞어서 만든다. 또 어떤 단일 식물의 잎사귀를 특수 방법으로 처리·추출해 바셀린 기초 재료를 혼합해 만들기도 한다. 니와 박사는 중증 환자에게 쓰는 약에다 위험하다고 알려진 스테로이드를 적당량 섞기도 한다. 그는 “이대로 인생을 망칠 것인가, 아니면 스테로이드를 피부에 바를 것인가를 양자택일하라고 하면, 나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로이드를 먹거나 주사하면 문제가 심각해지지만, 장기 외용은 피부 위축만 온다고 덧붙였다.

스테로이드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지만, 니와 박사는 이 두 가지 약으로 “아토피 환자의 90% 이상이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병원에서 두세 달 치료해도 호전되지 않는 중증 환자 가운데 어린이는 4∼5일, 성인은 1주일, 난치 성인 환자는 10∼15일 만에 치료하고 있다(<아토피성 피부염을 빨리 낫게 하는 책> 지성사). 지난 1월부터 니와 요법을 처방하고 있는 김적한의원도 ‘국내에서 처방한 결과, 환자 90% 이상에게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한의원을 찾은 대부분의 환자가 니와 박사가 원장으로 있는 일본 도사시미즈 병원에서 한두 번씩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아닌가. 치료 효과가 90% 이상이라면 왜 또다시 그를 찾은 것일까. 해답은 일산에서 온 이아무개씨 입에서 나왔다. “도사시미즈 병원은 환경이나 식사가 거의 완벽해 치료 효과가 좋았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다시 도시 생활을 하고, 식이 요법을 잘못하면서 병이 도졌다.” 이진혁 원장은 “이 세상에 아토피 완치법은 없다. 니와 요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식이 요법과 주의 사항을 잘 따르면 재발 가능성이 적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토피 발병 여부는 환경과 먹거리가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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