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줄’ 무선 인터넷
  • 이원근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
  • 승인 2003.07.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 차원의 조난 구조 수단으로 활용…휴대전화 유도 시스템도 개발
요즘 청소년에게 IT는 무엇을 의미할까? 게임의 수단? 정보 교류? 아니면 멀티 미디어의 보고(寶庫)? 다 옳다. 그런데 IT가 생명을 구하는 구조 수단이라면 믿겠는가? 단연 시선을 끄는 국제적 사례들이 여기 있다.

뉴밀레니엄 초기에 유행하던 서바이벌 게임들을 기억할 것이다. 단순한 재미나 인터넷을 우회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최근 싱가포르에서 특이한 목적을 가진 서바이벌 대회가 열렸다. 아시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가 타도 대상이었다.

게임은 가상 사스 환자(참가자) 37명이 격리된 상태에서 50시간 동안 생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50시간 만에 굶어 죽을 리야 없겠지만, 생존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음식을 예약하고 배달받는 일이 힘들었다. 주문이 가능한 음식 종류는 극히 적었고, 배달도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IT는 문제가 없었지만 현실의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서바이벌 게임을 지켜보면서 머지 않아 실전 서바이벌 훈련을 민방위 훈련처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IT를 국가 차원에서 조난 구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곳이 있다. 폴리네시아에 있는 작은 섬나라 니우에가 세계 최초로 전국적인 무료 무선 인터넷 서비스(무료 wi-fi link)를 실시한다. 니우에는 비와 번개, 바닷물과 염도가 높은 습도 때문에 생존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기상 이변이 생기면 재난이 발생한다.

재난 상황에서 무선 인터넷은 더없이 요긴한 구호 도구가 될 수 있다. 요트에서도 신속하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해상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은 물론이고 여행자도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에 wi-fi 카드만 설치하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T를 국가 차원에서 활용했지만, 휴대전화를 조난자 구조에 활용하려는 본격적인 노력도 벌써부터 열매를 맺고 있다. 눈사태나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조난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다. 영국 브리스틀에 있는 도시바 연구소는 조난이 발생했을 때 조난 지역 내에 있는 모든 휴대전화에서 높은 경고음이 울리도록 하는 유도 시스템을 개발했다. 눈 속이나 무너진 건물 밑에서 발생하는 이 신호음을 휴대용 감지기로 찾아내,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눈사태가 일어나 눈 속에 파묻히면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15분 이내에 실종자를 찾아야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매몰된 생존자를 15분 이내에 구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난자의 휴대전화가 신호음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도시바 연구소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1백70여 나라에서 사용하는 GSM 휴대전화 방식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작은 프로그램 하나만 휴대전화에 내려받으면 활용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