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섬나라 몰디브를 가다
  • 몰디브/글·사진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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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섬나라 몰디브, 자연·스포츠·휴식·음식 등 ‘즐길거리’ 무진장
이븐 바투타(1304∼1368년)는 세계 최고의 여행가로 불린다. 스물한 살 때 홀로 여행을 떠난 그는 30여 년간 10만 km를 누비며 진귀한 세상을 경험했다. 그런 그가 여행이 끝난 뒤 유일하게 ‘세계의 기적’으로 꼽은 곳이 있었다. 인도양의 작은 나라 몰디브(당시는 지바툴 마할 제도). 터키옥(玉)을 닮은 크고 작은 섬 2천여 개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모습이 더없이 신비했던 것이다.

14세기 초, 1년 반 동안 몰디브에 머무른 바투타는 이렇게 회고했다. ‘이 제도(諸島)에서 자라는 나무는 대부분 야자수이다. 야자수는 그 자체가 실로 괴이한 바, 한 달에 한 번꼴로 꽃이 핀다. … 주민은 청렴하고 신앙심이 돈독하며 … 그들의 육체는 연약한 편이어서 싸움질할 만한 체질은 못된다. … 골목길은 늘 깨끗하게 청소하고 녹음이 우거져 있어 다니는 사람은 마냥 화원 속에 묻혀 있는 성싶다. … 내가 본 이 섬의 기적 중 하나는 가지가 나무 줄기에서 부러져 땅이나 벽에 꽂히면 그대로 살아나서 나무로 자란다는 사실이다….’(<이븐 바투타 여행기> 창작과비평).

그로부터 7백70여 년이 지난 2003년 가을, 몰디브는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야자수 꽃은 여전히 피고 졌고, 주민들은 사슴처럼 순해 보였으며 섬은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나무들 역시 부러진 가지가 덧자라고 자라서 별난 모양이었다. 야자수 우거진 섬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털 달린 가오리처럼, 입 벌린 악어처럼, 거대한 아메바나 생선뼈처럼 기이하게 보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남북 8백20km, 동서 1백20km에 흩어져 있던 2천여 섬 중 수백 개가 사라지고(현재 1천1백90개), 사람이 사는 섬이 100여 개에서 2백여 개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리고 많은 섬이 휴양지로 탈바꿈하고, 해발 2m도 안되는 섬들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이다(일부 학자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30∼40년 안에 몰디브가 바다에 잠긴다고 예측한다). 그래서일까. 2003년 가을, 몰디브 수도 말레에 있는 국제 공항을 거쳐 각 섬으로 흩어지는 여행객이 하루에도 천명이 넘었다.

프랑스 휴양 전문업체 클럽메드 리조트가 들어서 있는 카니 섬은 말레 근처에 있는 국제 공항에서 배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환호에 둘러싸인 기다란 섬은 가까이 다가가자 마치 일엽편주처럼 보였다. 환호 사이로 난 섬 입구로 들어서자 바다는 갑작스레 얕아졌고, 바람에 따라 네 가지 색으로 기묘하게 출렁거렸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 속에서는 갖가지 열대어가 노닐었다. 해안에 발을 내딛자 고운 산호 모래가 뜨거웠다. 안내소에서 열대 향기 가득한 주스를 들이키며 귀를 기울이자 사방에서 아이들의 서투른 휘파람 같은 새소리, 야자수 이파리가 서걱거리는 소리, 무언가 하소연하는 듯한 파도 소리가 뒤엉켜 들려왔다.
특급 호텔급 리조트들은 모두 바다로 열려 있거나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다. 문을 열자 유혹하듯 흰 거품을 일으키며 바다가 달려왔고,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바람이 밀려왔다. 식사는 섬 중앙에 있는 대형 식당에서 뷔페 식으로 이루어졌다. 음식은 창의성이 돋보이는 메뉴가 많았는데, 특히 다진 열대 과일이 들어간 초밥, 멕시칸 소스로 버무린 닭고기, 달콤하고 기름진 소스를 끼얹어 구운 새우가 입맛을 돋우었다. 매일매일 유럽·아시아·아메리카 식으로 바뀌는 식단과,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과 맥주는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오들의 화려한 쇼와 연극도 큰 볼거리

3, 4일 섬에 머무르는 동안 여행객은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무료로 배우는 해양 스포츠가 인기다. 만화경 같은 바다 속을 구경하는 스노클링,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카약,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윈드서핑, 커다란 돛에 의지해 먼바다로 나가는 세일링…. 이들 해양 스포츠는 ‘바다 밑 세계를 경험하지 않고 몰디브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님을 실감시켜 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경비행기를 타고 수백 개의 섬을 완상할 수 있고, 송아지만한 청새치를 낚는 바다 낚시를 경험할 수도 있다.

바다로 나가지 않는 사람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식물학자나 곤충학자, 혹은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 땅과 하늘에 현란한 식물과 방석 만한 박쥐, 오색나비, 소라게 등이 지천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에는 짙푸른 하늘에 소금처럼 흩뿌려진 별들이 총총하다. 해안에 누워 있으면 출렁거리는 바다 때문에 섬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듯하다.

쉬기가 지루하면 섬을 산보해도 좋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 도중에 각 나라에서 온 여행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동서남북에서 표정이 다른 바다를 만날 수도 있다. 신혼여행 때 못 오면 평생 못을 것 같아 몰디브로 신혼 여행을 왔다는 장우정씨(35·서울)는 “참, 잘왔다고 생각한다. 사진만 찍으면 엽서가 되는 바다는 생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40여 명의 지오(GO·친절한 직원이라는 뜻)가 한밤에 벌이는 쇼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지오들이 매일 밤 화려한 패션쇼와 연극, 각종 스포츠 경기를 펼친 뒤 지엠(GM·품위 있는 손님이라는 뜻)들을 끌어들여 함께 웃고 즐기는 것이다. 이 좌충우돌 만남 때문인지, 2박3일쯤 되면 섬 안의 여행객들은 눈인사를 건넬 정도로 친근한 이웃이 되어버린다. 외국어를 못해도 별 상관이 없다. 한국인 지오들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도움을 준다.

지오 추상일씨에 따르면, 몰디브 여행은 한국이 꽁꽁 어는 한겨울이 좋다. 건기여서 비와 바람과 습기가 없어 무릉도원에서처럼 한시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모두가 울상이다.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세상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문의:한국클럽메드(www.clubm 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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