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유전자, 10년 안에 모두 발견된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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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 뇌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팀 진혜민 박사 인터뷰/ “한국, 공동연구 시스템 시급”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열쇠가 될 뇌 유전자 연구는 응용할 가능성이 방대해 선진국들이 연구 선점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뇌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팀은 뇌신경 유전자 정복의 디딤돌을 놓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팀 가운데 하나이다. 이 팀은 뇌의 신경 세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신경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 수준과 인프라를 자랑하는 팀이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진혜민 박사(47)가 최근 21C 프론티어 인간유전체 기능연구사업단과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연구소가 주최하는 워크숍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금까지 발견한 뇌신경 유전자는 얼마나 되는가? 또 그 가운데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가 있는가?

인간의 뇌 유전자는 3만~5만개 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가운데 1만6천7백개를 발견했다. 뇌 유전자 발굴 사업은 10년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발견한 유전자 가운데 기능이 밝혀진 것이 있지만, 20~25% 정도에 그친다.


뇌신경 유전자 연구 결과를 통해 인류의 삶에 가장 먼저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치매·파킨슨씨병·척추신경질환 등 여러 가지 신경질환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만 정신 및 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전체의 5~10%에 이를 정도이다. 물론 유전자 기능을 모두 파악해서 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다. 그러나 신경질환자에게 기간 세포를 이식해서 치료하는 세포 수준 치료는 수년 내에 실현될 것이다.


유전자 기능을 분석하는 작업이 난해하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 도입이 어려운 것인가?

대개의 신경계 질환은 20개 정도의 유전자가 복합 작용해 발생한다. 때문에 특정한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낸다고 해서 곧바로 유전자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은 쥐와 같은 실험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연구를 함께 병행하고 있다. 형질이 전환된 동물의 유전자를 3세대까지 추적해 유전자의 복합 작용으로 발생하는 질병 원인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뇌 유전자 연구를 미국 국립보건원 같은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까닭은?

뇌 유전자 연구는 신경계 질환 치료에 널리 활용될 수 있어 경제 가치가 높다. 민간 기업이 연구 성과를 독점할 경우 훗날 그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연구를 통해 밝혀낸 모든 데이터와 실험 성과를 공개해 산업 분야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열매 또한 고루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의 뇌신경 유전자 연구 수준을 평가한다면?

한국에선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연계해 뇌신경 유전자를 연구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관련 학자들이 개별적으로 열심히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 연구 시스템을 마련하면 더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생물의학 연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내일 당장 응용할 수 있는 연구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그 열매도 적을 수밖에 없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생물의학 분야 연구 업적을 평가할 때에는 당장 ‘결실을 맺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연구가 어느 정도나 진척되었는가를 본다. 3~5년 동안 충분히 기회를 주고, 5년 안에도 일정한 수준까지 연구가 진척되지 못할 때에만 지원을 끊는다. 몇몇 유명한 학자들의 연구에만 집중해서 지원하는 풍토에서는 후진들이 성장할 수 없다. 꼭 필요한 연구라면 규모나 응용 시기에 상관없이 장려하는 분위기라야 현재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은 후학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꽃을 피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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