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신비, 백배 즐기기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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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송이, 암·고혈압 등 예방 효과…지나치게 익히면 맛·향 달아나
추석 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의 각계 인사 3백 명에게 칠보산 송이버섯을 선물했다. 북한측이 송이를 남북 화해의 선물로 고른 것은, 송이가 희귀하고 뛰어난 맛과 향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식품 영양학자들에 따르면, 송이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고지혈증의 주원인인 혈중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고혈압과 심장병·비만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을에 나는 버섯 가운데 몸에 이로운 것은 송이뿐만이 아니다. 느타리·양송이같이 인공 재배된 버섯들도 영양을 보충하고 더위에 잃었던 입맛을 돋운다. 버섯은 특히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사무실이나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요긴하다. 햇볕을 잘 쐬지 못하면 뼈가 약해지는데, 버섯을 많이 먹으면 버섯 속에 있는 비타민 D2의 전구체인 에르고스테롤이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해,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에르고스테롤은 다른 식품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일본 요코하마 시 콤포트 병원 우노 가쓰야키 박사는 “표고버섯 등 버섯 균사체 7개로부터 추출한 물질을 말기 암 환자 8백여 명에게 투여한 결과 놀라운 효과를 보았다”라고 공개했다. 즉 ‘버섯 치료’로 40명 정도가 암에서 벗어났으며, 1백60명 정도가 암의 진행이 더뎌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농업과학기술원 조세연 박사와 한동대 생의학연구소 송성규 교수 팀은 누에 동충하초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유기화합물 2종을 추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비한 버섯의 약효와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버섯의 효능을 꼼꼼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표고버섯은 단맛이 나며, 열량이 거의 없는 대신 비타민B12·미네랄·식이섬유가 풍부해 악성 빈혈·감기·소화 장애·비만·고혈압에 좋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같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깍두기처럼 썬 표고를 밑에 깔고 밥을 지어 양념 간장에 비벼 먹으면 별미이다. 아이들이 버섯을 싫어하면 표고를 양파·감자와 살짝 볶은 뒤, 쇠고기나 닭을 고아 만든 육수에 넣고 수프를 만들어주면 잘 먹는다.

양철학 교수(서울대·화학과)에 따르면, 약용으로 주로 쓰이는 영지버섯에는 가노데릭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장암과 췌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항암 물질인 다당류도 많아 장기간 달여 먹으면 암 억제·정혈 작용을 한다.
동충하초(冬蟲夏草)는 벌·매미·잠자리 등에 기생하는 버섯인데,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이 풍부해 인체의 면역력을 증가시킨다. 암을 억제하고, 감기·폐결핵·빈혈·고혈압·피로·스트레스 치료 효과도 있다. 그러나 가짜가 많으므로 구입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뽕나무 뿌리에 자생하는 상황버섯은 오래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속이 편안해진다. 노란 성분은 흡착하는 성질이 강해 위장 기능을 개선하고, 술·스트레스·환경 공해로 인한 암 발생 요인을 차단한다. 주의할 점은 너무 많이 복용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가능하면 한의사와 상의해 복용한다.

팽이버섯은 약간 짭짤하고 뒷맛이 쓰나, 간장 계통의 질병과 위궤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물에 달여서 어린이에게 꾸준히 먹이면 신장이 튼튼해지고 체중이 늘어난다. 찌개나 국에 넣으면 국물 맛이 한결 담백해진다.

느타리버섯은 단맛이 나며, 비타민 D를 다량 함유해 고혈압·동맥경화 등을 예방한다. 한방에서는 풍병과 냉대하를 제거하는 데 쓴다. 고기처럼 양념 고추장에 무쳐 구워 먹으면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준다. 목이버섯은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키틴산이 많아 고혈압 예방·치료에 도움을 주고, 강장 작용도 한다. 된장과 식초에 버무려 먹어야 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양송이를 꾸준히 먹으면 소화를 돕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고혈압과 빈혈을 예방·치료해주기도 한다. 매일 150g을 달여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180g을 달여 하루 두 번씩 복용하면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다.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빵가루를 묻혀 튀기면 맛난 간식거리가 된다.

버섯은 찌개나 다른 음식을 더 맛깔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버섯이 함유한 구아닌산·아스파틱산·석시닌산 덕분이다. 그같은 성분은 육류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도 하므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같이 구우면 좋다. 채소 요리에 버섯을 넣으면 쫄깃쫄깃한 질감 때문에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버섯은 조리할 때 껍질을 벗기거나, 물에 오래 담가 두면 안 된다. 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상처 부위가 검어지고, 고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양송이는 물에 씻으면 쉽게 변색하므로, 깨끗한 행주로 닦는다.

버섯을 담가 두었던 물은 버리지 않는다. 멜라닌 색소 같은 유효한 성분들이 진하게 녹아 있으므로 국이나 찌개 국물로 쓰면 좋다. 표고·송이 버섯으로 국물을 낼 때는 갓에 열십자로 칼집을 내야 맛과 향이 잘 우러난다. 버섯 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버섯골’ 서울 방배동 지점 대표 조정애씨는 “버섯의 독특한 향을 즐기려면 마늘·파·참기름 같은 양념을 적게 쓰라”고 권한다.
버섯의 향기는 열에 약하므로 구워 먹을 때는 살짝 익히고, 국에 넣을 경우에는 먹기 직전에 넣는다. 송이버섯 같은 경우 전골을 끓일 때 뚜껑을 덮고 살짝 끓이면 그 맛과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버섯을 좀더 향기롭게 즐기려면 말렸다가 요리하면 된다. 버섯을 제대로 말리려면 응달에서 바짝 말린 뒤, 건조제와 함께 봉지에 넣어둔다.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에는 버섯을 물에 살짝 데친 뒤, 식으면 끓인 물과 함께 1회분씩 나누어 냉동한다.

요즘 산이나 들로 나가면 야생 버섯을 많이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싸리버섯·갓버섯·능이버섯 같은 야생 버섯을 딸 수 있지만, 잘못하면 독버섯을 먹고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산림청이 발표한 독버섯 식별 요령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산림청에 따르면 △빛깔이 진하고 화려하거나 쉽게 변하는 것 △냄새가 이상하거나 나쁜 것 △벌레가 먹은 흔적이 없는 것 △끈적거리거나 즙액이 나오는 것 △잘 부서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것 △은수저를 검게 만드는 즙액을 가진 것 △세로로 잘랐을 때 줄기에 검은 색 얼룩점이 있는 것이 독버섯이다.

독버섯을 먹으면 20∼30분 뒤 복통·구토 등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신체 마비와 호흡 곤란이 일어난다. 이때 주변 사람은 서두르지 말고 중독자에게 소금물을 먹여 속에 것을 토해내게 한다. 그런 다음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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