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부는 ‘부동산 로또’ 바람
  • 박미영 (<기자협회보> 기자) ()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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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동아일보> 사옥 부지 매각해 ‘횡재’…<한국일보> <경향신문>도 솔깃
요즘 <세계일보> 경영진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옥 재개발로 천억원대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7월 롯데·대우 건설과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사옥 부지 가운데 9천5백여평에 대한 주상복합아파트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아파트 개발 이익금으로 5백억원을 이미 받았고, 여기에 내년 1월로 예정된 분양이 끝나면 추가로 5백억원 가까운 개발이익금을 받을 예정이다. <세계일보> 경영진은 개발 이익금을 전액 부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어서 자금 사정이 크게 호전될 전망이다.

현재 기초 공사가 한창인 사옥 부지에는 모두 42층 5개 동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세계일보>는 나머지 사옥 부지 1천5백여평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재개발 협의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 일대를 IT단지로 만들면서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용산이 경부고속철도 시발역으로 확정되면서 이 지역 땅값이 엄청나게 뛰었다”라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평당 2천만원을 호가한다”라고 귀띔했다.

<동아일보>도 부동산 덕을 보았다. <동아일보>는 최근 KBS 바로 옆 금싸라기 땅에 있는 여의도 사옥을 포스코건설에 매각했다. 1천3백50여억원이라는 엄청난 매각 대금은 사옥 매각의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포스코건설은 이 부지에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용산에서 시작된 언론사발(發) 재개발 열기가 여의도로 번진 것이다.

돈가뭄에 시달리던 <동아일보> 사원들에게는 요즘 굴러들어올 천억원대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원 대다수는 포스코건설과 매각의향서를 교환한 지난 9월부터 임금 인상과 사원 복지 향상을 기대해 왔다고 한다. 특히 사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10월 ABC공사 결과 기존 규정을 적용한 유료 부수 집계에서 <중앙일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2위에 걸맞는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가 팽배했다. <동아일보> 노조는 이런 기류를 의식해 11월 임투 기간에 철야 농성까지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노사는 최근 임금 2% 인상분에 해당하는 ‘연말 100% 격려금 지급’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연말 대박 기대를 걸었던 평사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지만, 경영진은 부채를 갚아 금융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급하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도 사옥 주변 재개발 검토

<세계일보>와 <동아일보>의 성공에 자극된 다른 언론사들도 ‘부동산 로또’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국일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올해 초 한 부동산개발업체가 한국일보사 부지 일대를 ‘국제 금융 단지’로 재개발하자고 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한국일보> 구성원들의 분위기가 요즘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종로구 중학동 부지에는 <한국일보> 외에도 주한 일본대사관·주유소·국민은행 지점 등 7개 지주가 모여 있어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지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개발이 성사되면 최소 천억원 이상의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서울 정동 사옥 주변 2천9백여평에 대한 재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희망 사항이다. ‘준 국가땅’에 속하는 정수장악회 소유 부지 7백여평을 매입하는 일이 간단치 않을 뿐더러, 이 지역 일대가 문화재 보존 단지로 묶여 있어 개발에 제한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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