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매력’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 魯順同 기자 ()
  • 승인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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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이미지가 지천인 요즘에는 어둡고 치명적인 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는지 모른다. 영화 <진실 게임>의 주인공 하지원씨(21)는,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팜므 파탈’(치명적인 여자, 특히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요부를 일컫는다) 연기를 선보여 주목되고 있다.

록 가수의 의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진실 게임> (연출 김기영)은 살인 피의자(하지원)인 17세 소녀와 검사(안성기)의 줄다리기를 그린 작품. 기본 골격이 고백하는 피의자와 고백을 믿지 않는 심문자 사이의 심리전이어서, 하지원은 대선배 안성기와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인다. 결과는 그녀의 승리. 40대 엘리트 검사를 쥐락펴락하는 10대 팜므 파탈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몇년 전 의문사한 인기 가수의 죽음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팬을 풀어 음반을 매점하고 섹스 파티를 일삼는 등 인기 가수와 극성 팬, 뒤에서 이들을 주무르는 연예산업계의 생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해 개봉 전부터 만만치 않은 화제를 뿌리고 있기도 하다.

영화에서 하지원은 팬 클럽의 극성스러운 회장 역을 맡았지만, 실제 그녀는 팬 클럽을 4개나 거느리고 있는 알짜 스타다. 교도소에서도 팬 레터가 날아드는데, 특히 아웃사이더들이 더욱 친근감을 표시한다는 것이 그녀의 분석이다. 현재까지 그녀의 이미지 대부분은 한국방송공사 드라마 <학교 2>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드라마에서 일진회 우두머리 역을 맡아 반항하는 청춘의 상징으로 떠오른 그녀는, <동감> <가위> 등 후속작에서도 하나같이 팜므 파탈형 캐릭터를 맡고 있다. 어두운 매력으로 연예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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